지난해 말 비은행 가계대출 502조원…전년비 4.9%↑
신용융자 10조원‧신용대출 9.5조원, 전체 대출 증가액의 83%
주식 투자‧서민 생계자금‧대출 규제 차익 등 원인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자산투자, 생계자금 수요 등으로 비은행의 가계대출이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금융권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규제가 이뤄지면서 저축은행 등 비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은행 가계대출은 502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4.9% 증가했다. 이는 전년 1.2% 감소에서 증가 전환한 것이다.
비은행 가계대출은 상호금융, 보험사, 여전사 및 저축은행 가계대출 외에 최근 빠르게 확대된 증권사의 주식 신용거래융자를 포함해 분석한 것이다.
신용융자가 10조원 증가했고 신용대출이 9조5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대출 증가액 23조7000억원의 82.7%를 차지했다. 주담대와 비주택 담보대출도 각각 1000억원, 1조1000억원 늘어나 증가 전환했다.
비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한 요인을 살펴보면 ▲주식 신용융자, 비주담대는 자산 투자 수요 ▲신용대출은 서민층 생계자금 수요 ▲주담대는 대출 규제차익 및 금리경쟁력 강화 등이 있다.
(사진=한국은행) |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신용융자는 2019년 2.1% 감소에서 지난해 108.7% 급증했다.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행태가 강화된 영향이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31%였지만 대출 증가율은 3.5배 높아,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주담대는 경기회복 기대, 양호한 수익률 등으로 상업용부동산 시장 투자 수요가 증대되면서 같은 기간 -2.2%에서 0.4%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상업용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 상반기에 15만6000건에서 하반기 18만건으로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0.58%에서 0.87%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저축은행과 여전사 중심으로 8.8%에서 9.8%로 늘어났다. 이는 서민층 생계자금 수요가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신용‧고령층‧자영업자 등 서민층 대출이 상대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에서 청년층‧비자영업자 중심으로 증가한 것과는 차별점을 나타냈다.
주담대는 비은행의 대출규제 수준이 은행보다 느슨한 가운데, 보험사의 금리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보험사 주담대를 중심으로 2019년 -6.6%에서 지난해 0.1%로 증가 전환했다. 이 기간 보험사 주담대는 -4.7%에서 7.1%로 증가했다.
특히 보험사와 은행 간 주담대 금리 격차가 지난해 꾸준히 축소됐다. 특히 은행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느슨한 서울 등 일부 투기과열지구의 보험사 주담대 취급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12.1%에서 하반기 15.4%로 상승했다.
최근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한은은 "경제주체의 수익 추구시 레버리지 확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억제하면서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이 제약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증권사 신용융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한편 업권간 대출 규제 차익을 축소하는 등 규제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에 대해서는 업권간 중금리 대출상품 경쟁 촉진 등을 통해 중·저신용 차주의 금융부담 완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