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우리사주 등 우호지분 약 35%…소액주주 55%
출석률 70% 후반 넘으면 선임 여부 소액주주에 달려
특별결의→보통결의 변경으로 의결권 확보 부담은 줄어
'불황형 흑자'에도 조 회장 보수 64% ↑…배당은 수년째 0원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소액주주의 찬성표가 더 필요해졌다.
최근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점이 부담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직원이 고통을 분담했던 지난해 조 회장은 연봉이 60% 이상 인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액주주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국민연금 반대로 표 대결 불가피…출석주주의 과반수 얻으려면 '55% 소액주주' 찬성 필요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3일 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조원태 사내이사 ▲임채민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아시아나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이유를 언급했다. 임채민 감사위원 선임과 김동재 사외이사 선임 건 역시 같은 사유로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대한항공은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8.05%로 높지 않지만 한진칼, 우리사주조합 등 조 회장 측 우호지분 37.2%를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이 55%에 달한다. 주총 출석률이 70% 후반을 넘을 경우 소액주주의 결정에 따라 조 회장의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결의에서 보통결의로 바꾸면서 의결권 확보 부담은 줄었다. 당시 정관 변경이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업계 내외는 해석했다. 2019년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 등의 영향으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직원 임금 25% 감소·수년째 무배당 '불황형 흑자'…연봉 64% 인상 부정적 여론 여파 주목
관건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다. 보통결의 기준 중 하나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은 이미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확보가 가능한 반면, 출석 주주의 과반수는 소액주주의 표심에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 연봉 인상 소식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각각 17억3200만원, 13억6600만원, 총 30억98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2019년 총급여(18억9300만원)와 비교하면 64% 가까이 인상된 규모다.
조 회장의 연봉 인상 논란은 지난해 대한항공이 직원 임금 등을 줄여 '불황형 흑자'를 만들어낸 것과 연관돼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 급감한 7조405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383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작년 실적을 발표하며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전일본공수 등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들이 영업 악화로 신음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휴업에 동참한 전 직원의 헌신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용을 줄여 만들어낸 흑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7조2000억원으로 2019년(12조원) 대비 40%가 줄었다. 비용 중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역시 2조5200억원에서 1조8700억원으로 25% 넘게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실적 부진의 여파로 2019년부터 배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작년 3월부터 회장직급 급여를 받으면서 보수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작년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 임원 급여의 50% 반납도 반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 임금을 줄여야 할 만큼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수를 크게 올린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며 "수년째 배당도 못받고 있는 주주들 역시 조 회장의 보수 인상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