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노조 분회장, 사표냈다 철회했는데 사직 처리
법원 "사의 확정적이지 않았고 간부도 만류…부당해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측의 부당 인사에 사표를 냈다가 철회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한국전기신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전기신문 소속 조모 기자는 지난 2018년 7월 23일 회사의 편집국장 채용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회사 내 엘리베이터와 출입문에 대자보를 게시하고 전 직원에게 입장문을 배포했다. 일주일 뒤 조 기자 등 기자들은 노동조합도 만들었다.
하지만 사측은 같은 해 8월 대자보 게재를 문제 삼아 조 기자에게 감봉 6개월 징계와 영남지역본부로의 전보 조치를 내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이에 대해 조 기자는 "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위법한 징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전기신문 측은 조치를 모두 취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전기신문은 조 기자에게 면직 징계를 의결했다. 이듬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같은 징계에 대해 불이익 취급의 노동행위라고 판정했고, 징계는 취소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기신문은 또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개최 통보를 받은 이튿날 조 기자와 동료 김모 기자는 부사장과 부국장과 타협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렬됐다. 조 기자는 인사위 개최 전날인 2019년 7월 8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몇 시간 뒤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표는 폐기처분 해달라"고 이를 철회했다.
인사위 사흘 뒤 전기신문은 결과 보고를 내면서 조 기자에 대해 "7월 8일 사직서를 제출함에 징계하지 않는다"고 고지했다.
조 기자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즉각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동위는 이에 대해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시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기신문은 "조 기자가 전화로 사직서 폐기를 요청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수리가 완료 됐고, 부국장이 사측에 이를 보고하지도 않았으므로 사직 철회 의사가 사측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노동위 결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직서가 제출된 경위는 통상적인 상황과는 달리 조 기자가 노조 분회장 지위에 있었고 타협안을 논의하면서 그 방편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사직 의사표시가 확정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직은 사측과 의사 합치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사측의 승낙 의사표시가 필요한 합의해지 청약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사장 역시 조 기자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그 자리에서 수락하지 않고 만류하는 등 처음부터 반려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튿날 인사위에서도 위원들이 조 기자에 대해 계속 근무할 것을 전제로 징계수위를 논의했고 사의는 언급되지 않았던 점을 볼 때 처음부터 사의가 반려된 것이거나 묵시적으로 그 의사표시 철회가 용인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 기자가 사직서를 폐기해달라고 한 뒤 정상적으로 근무한 점과 이에 대해 사측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부당해고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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