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기자수첩]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野 중진들의 관록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21년03월15일 17:26

최종수정 : 2021년03월16일 01:14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지면 보수 우파는 궤멸한다" "더 이상 지면 당이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이 없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기자와 만난 야권의 전·현직 중진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절박함'을 쏟아냈다.

중진(重鎭), 어떤 집단이나 분야에서 지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요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간혹 3선 의원도 포함되지만, 정가에서는 통상 4선 이상 의원들을 중진의원이라고 부른다. 국회의원만 16년 이상을 했다는 의미다.

'반문(반문재인)연대'의 기치 아래 순조로울 것 같던 오세훈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 사이의 야권 최종 단일화가 파열음을 내며 야권 중진의원들의 절박함은 더 커지고 있다. '단일화 실패→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어른거려서 일 것이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삐걱거리는 지점은 여론조사 문구, 토론 횟수 및 방식에 대한 이견이다. 여론조사에서 "누가 야권 후보로 적합한가" 또는 "누가 박영선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이른바 적합도와 경쟁력 문구를 두고, 양측 실무협상단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협상장에서는 밖에서 대기 중인 기자들이 들으란 듯이 고성을 주고 받는 상황도 나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일화 파열음은 오 후보의 '흥분'과 안 후보의 '불안'이 어우러지지 못하며 커졌다.

오 후보는 당초 당내 경선에서조차 나경원 후보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선 결과 발표날 '낙선 인사문'을 준비해갔다는 후문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그만큼 판세가 어두웠다. 하지만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국민의힘 공천장을 거머줬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태가 여권을 덮치며 오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우상향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1대 1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를 앞서 가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그리고 안철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도 1위다. 그야말로 기염을 토하는 결과다.

당연히 자신감이 붙었고, 이는 안 후보를 깎아내리며 큰 당의 뜻을 따르라는 '흥분'으로 이어졌다.

안 후보는 당초 쉽게 갈 것이라 생각했던 단일 후보의 길이 험난해지면서 불안감이 드러났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멘트는 최근의 야권 단일화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여론조사에서 기호·정당을 빼자는 건 무식한 소리다"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모욕적"이라고 그 답지 않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안철수 대세론이었던 당초 야권 단일화 시나리오는 180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김 위원장이 연일 안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양당의 어느 의원도 중재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범야권에선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거친 중진의원들의 '관록'이 필요하다는 말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중진들은 의원 생활만 20년 정도 한 정치인들이다. 온갖 풍상을 다 겪었고 정치권의 협상 테이블을 차릴 줄 아는 균형감각이 몸에 배였다.

특히 지금 야권의 중진의원들은 집권여당 생활도, 천막당사 경험도, 대통령 탄핵도, 전국 선거 4연패(敗)도, 참으로 처절한 경험을 겪었다. 정계개편을 주도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이 돼 적지 않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렇기에 중진들은 대체로 한 쪽 편을 들기보다 중립적인 해법을 모색할 줄 안다.

협상의 정치, 타협의 정치가 사라졌다는 시대다. 내줄 것을 내줘야 받을 것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기브앤테이크다. "정권교체가 국민의 목소리"라고,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크다"고 야당 정치인들이 당당하게 외치려면 그에 합당한 협상을 해야 한다.

확실히 '물밑 조율'을 좋아하는 중진들이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흥분과 불안 상태에 있는 후보들의 이해관계를 묶고 엮어서 단일화를 이루도록 돕는 중재자가 아쉬운 야권이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