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이준혁의 춘추정국]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김재원의 절절한 호소

기사입력 : 2021년03월12일 09:08

최종수정 : 2021년03월12일 16:49

친박계 김재원의 회한 "지난 세월을 정리합니다"
박근혜 탄핵 주역 윤석열에 대한 복잡한 심경 피력
"이길 수만 있다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

[서울=뉴스핌] 이준혁 정치부장(부국장)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윤 전 총장의 동선을 알고 싶은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쳐서일까.

11일 윤 전 총장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모변호사가 4월까지 공보업무를 맡을 사람은 없다는 문자까지 보냈다. 공보시스템이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공보시스템은 정부부처에서나 쓰는 대언론 기능을 말한다. 선거기간 중에는 후보 캠프에서 쓰는 용어다. 아무 직책이나 직위가 없는 일반인이 쓸 용어가 아니다. 굳이 동선이나 동향을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리인이 있고, 그 대리인은 공보시스템 유무에 대해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대응할 전담팀이 머지않아 꾸려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리인의 마지막 멘트도 흥미롭다.

"총장님의 유의미한 동정이나 계획이 있는 경우 기자님들이 모르시지 않도록 반드시 알려드릴 것을 약속 드릴테니 전화 좀 줄여주세요."오죽 전화가 많았으면 하소연까지 했을까. 아무튼 윤 전 총장에 대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은 꼭지점을 찍고 있다. 그만큼 이슈 메이커다.

언론의 관심 뿐 아니라 당연히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야권에서도 논쟁이 불거지는 등 곳곳에서 찬반 정황이 보여진다.
친박(친박근혜)계로 잘 알려진 김재원 전 의원의 11일 페이스북 소회가 대표적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의원은 기자에게 괴로운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전해왔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지난 세월을 마음으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애달프게 했을까.김 전 의원은 2016년 11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한창일 때, 탄핵을 주도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을 잡고도 넘는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 pangbin@newspim.com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탄핵 찬성 의원들과 연대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킬 것을 천명했다는 내용이다.김 전 의원은 연대 결과로 지옥문이 열렸고, 탄핵 직전 4개월 남짓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연고로 여러 곳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가족까지도 정신적 파탄에 내몰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탄핵과 적폐몰이의 중심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었다고 했다.김 전 의원은 요즘 하루 수백통의 전화와 메시지를 받는다. 아직도 사기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아저씨부터, 연령과 계층이 다양하다. "윤석열은 조국 추미애와 싸운 것 외에는 우파가 인정할 공이 없다", "공의를 위한 것이 아닌 출세를 위한 싸움이었을 뿐", "윤석열은 정대철·김한길·양정철의 조종을 받는 트로이 목마"라는 등의 정체성 논란까지 주장도 다양하다.

김 전 의원이 친박계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우파 중에서도 더 오른쪽으로 가있는 적지 않은 수구세력이 이 같은 격정을 쏟아냈으리라 싶다. 그 중에서도 김 전 의원을 가장 괴롭게 하는 비판은 "보수우파가 아무리 급해도 피아는 분별해야 한다"는 비아냥이다.

이에 대한 김 전 의원의 답변은 예전의 그라면 하지 못할 말이다.
"차라리 윤석열이라도 안고 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지요", "박지원은 탄핵을 통과시키려고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떻습니까. 윤석열이 악마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악마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쳐낼 희망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나는 윤석열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마침표를 찍었던 윤 전 총장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 전 의원의 변절일까. 하지만 이는 변절도, 커밍아웃도 아니다. 예컨대 윤석열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정치인 윤석열은 거대한 물음표다. 어쩌면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예측하듯 흰코끼리(귀하지만 효용가치는 없는 물건)로 끝날지도 모른다.

김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잘 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그만큼 보수가 무너져있다는 의미다. 실낱 같은 희망을 찾듯 대선 무대에 오를 후보군들이 희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전 의원의 "그런 윤석열이라도 다행이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서울=뉴스핌DB] 김재원 전 의원(사진 왼쪽) alwaysame@newspim.com

대선정국에 들아가면 알겠지만 정치는 간판이 아니다. 알맹이가 없으면 이보다 냉혹한 세계가 없다. 친박 김 전 의원이 '탄핵 중심' 윤석열이라도 희망을 보겠다고 하는 모습은 마치 5년 전 친노(친노무현)계를 보는 것 같다. 데자뷰 같은 느낌이다.

당시 유시민 임종석 등 친노계는 폐족이라는 멍에를 벗기 위해 여론의 공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돌파형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더 이상 친박계도, 박 전 대통령의 측근도 아니다. 어찌보면 폐족이다. 하지만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뼈를 깎고 살을 베어내는 심정을 토해냈다. 보수진영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지지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물음표'는 부피를 늘려가는 중이다.
정치권의 현자라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같은 파평 윤씨로서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집안망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확고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찌감치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토론 들어가면 1시간이면 끝날 인물"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윤 전 총장이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분수에 맞는 만큼만 운신의 폭을 가져갈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주변에 얼마나 정치세력을 모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벌써부터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찬반 양론으로 내분양상까지 보이지 않는가. 이제 윤 전 총장이 물음표를 지워야 할 시간이 머지 않았다.

여론과 정치권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불 같은 기질의 윤 전 총장 또한 언제까지 서초동 자택에서 칩거하겠는가.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정치권이 윤석열 변수에 갈수록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어 흥미롭다.  

jh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