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 89% 상사..."수직적 권력관계에서 기인"
신고 사례 37% 불과...신고자 90%는 불이익 받아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동반한 성희롱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평등한 조직문화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제보 364건을 분석한 결과 89%가 수직적 권력 관계로부터 성희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68.7%는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전체 62.6%에 달했고, 신고자 중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90.4%로 집계됐다.
관련 사례를 직접 분석한 공익변호사단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대개 수직적 권력관계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성희롱이 직장 내 선·후배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권력관계 그 자체가 성희롱 원인은 아니다"면서도 "근무환경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성희롱이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수 고용노동자가 피해자이거나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대로 처벌할 조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이 신고 후 불리한 처우에 대한 배경을 엄격히 감독·조사하게 하는 한편 사용자 책임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가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적 한계를 지적했다. 구 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 상 성차별과 성희롱만 규정하고 있다"며 "'성차별적 괴롭힘'을 포섭할 수 있는지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을 예방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상 괴롭힘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차별적 괴롭힘을 유형에 추가하고 성별, 인종, 장애, 국적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이나 차별적 언행도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서울여노) 회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한 조직문화 시스템 작동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태도 ▲남녀고용평등법상 정의 조항 개정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완화 조상 삭제 등을 제안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