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이어 한기평 등 국내사도 등급하향 착수
대규모 LNG·수소 투자, 고배당 정책으로 재무부담 높아
"2022년 순차입금/EBITDA 5배, 차입금의존도 45%로 ↑"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기업평가가 국내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SK E&S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미 차입금 부담이 높아진데다가 미국 수소 연료전지 제조사인 플러스 파워의 지분인수가 기업 재무에 압박을 가한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은 지난 13일 수시평가를 통해 SK E&S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SK가 미국의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를 2021년 첫 투자처로 선택,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2021.01.07 sjh@newspim.com |
지난 2017년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을 부여한지 약 4년만의 실제 등급 조정이다. 한기평은 이번 등급 하향조정 배경에 대해 대규모 투자와 배당 등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되고, 커버리지 지표가 저하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SK E&S가 잇단 자산매각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개선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배당과 여주 LNG발전소, 가스전, LNG 수송 선박, 중국 터미널 지분 등 LNG 사업 확대에 자산매각 자금이 쓰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9월 말 순차입금은 3조1557억원, 부채비율은 159.0%로 주요 자산 매각 이전 시점인 2018년 말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44.4%로 상승했다.
최근에도 7억5000만달러 규모의 플러그 파워 지분인수, 호주 가스전 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기평은 SK E&S의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가 2021년 5.1배, 2022년 5배로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43%, 2022년 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배당 정책에 따른 자금유출도 상당하다. 한기평은 "SK그룹의 성장중심 투자전략을 고려할 때 배당을 통한 자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최근과 같은 고배당정책(2019년 6715억원, 2020년 1조 2348억원)이 유지된다면 현금흐름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공격적 자금집행을 지적하면서 SK E&S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하향조정했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편, 오는 8월 SK E&S는 기 발행한 1400억원 규모의 5년만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시장 안팎에선 회사채 롤오버를 앞두고 나머지 국내 신평사 두 곳도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서 등급 스플릿(신평사들의 한 기업에 대한 등급간 불일치)을 해소할지 주시하는 상황. 등급 스플릿은 투자자들에게는 불안정성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리 등 자금조달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SK E&S에 'AA+/부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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