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네이버, SKT-아마존 '동맹'
계열사간 합병 빅딜도...파급력 놓고는 해석 분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계의 '합종연횡'(合從連衡) 경쟁에 불이 붙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존폐 기로에 내몰린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은 물론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도 약점을 보완해줄 '우군'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아마존 팩키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경과 업종 경계도 허물어졌다. 국내 기업을 넘어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까지 혈맹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합종연횡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 속 대규모 합종연횡 잇달아...CJ-네이버, SKT-아마존 '동맹'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부터 한 달새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의 '대규모 합종연횡'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SK텔레콤은 전날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과 협력해 자회사인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내 진출을 꾀하던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국내에 상륙하는 것이어서 유통업계는 상당히 긴장하는 모양새다.
SKT는 더 나아가서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11번가 지분 최대 30%를 순차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내년 초 11번가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T는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앞서 네이버도 CJ그룹과 혈맹을 맺고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CJ그룹과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했다. 사업 제휴 방식에는 K콘텐츠,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e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e-fulfillment) 사업 공동추진 등이 포함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섰지만 배송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직매입 비중보다는 오픈마켓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입점 판매자가 배송을 책임지는 구조를 띤다. 때문에 배송 속도, 배송비 차이가 크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대표 서비스로 내세워 새벽배송으로 이커머스 선두권에 올라선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약점 보완을 위해 CJ대한통운을 보유한 CJ그룹과 손을 잡고 이커머스 시장 장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photo@newspim.com |
◆계열사간 합병 빅딜도 ...초점은 온라인·모바일
계열사간 '합병 빅딜'을 추진한 업체도 생겨났다. GS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은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통합 법인은 기업 결합심사와 내년 5월 주주총회를 거쳐 같은 해 7월 출범하게 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거래액 15조원, 하루 거래 600만건에 이르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형 유통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국내 유통업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의 탄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GS리테일이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고 GS홈쇼핑이 3000만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가구와 함께 18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쇼핑앱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세는 고꾸라졌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사업의 무게 추를 빠르게 옮기고 있는 추세다.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38조원에 머물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10조를 돌파했고 올해는 1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2020.11.16 hrgu90@newspim.com |
업체별로 보면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17조원대, 11번가는 9조원대로 추산된다.
합종연횡의 초점도 온라인과 모바일 강화에 맞춰져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의 온라인몰인 GS샵과 자체 온라인몰 GS프레시몰을 통해 초대형 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네이버도 CJ대한통운을 등에 업고 배송 경쟁력을 높여 이커머스 왕좌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11번가 역시 아마존과 제휴를 통해 이커머스 강자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이다.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합종연횡은 투자비 부담 ↓ 시너지는 ↑ 장점...파급력 놓고는 해석 분분
유통 대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택한 주된 이유는 투자 비용부담은 줄이고 빠른 시간 내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작용했다. 수익성이 저하된 현재 시점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경우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복잡한 국내 쇼핑 환경도 회사간 제휴나 통합을 부추긴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단순히 상품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던 전통적인 유통 환경에서 인공지능·가상·증강현실, 드론 등까지 더해졌다. 기업 혼자 힘으로 자생할 수 있는 경영 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통 업계에서는 합종연횡은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아마존까지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하는 만큼 시장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커머스 업체로서는 아마존이 가장 두려운 존재다. 이에 현재 1강(네이버)와 2강(쿠팡·이베이) 체제인 이커머스 시장이 1강(네이버) 3강(쿠팡·이베이·11번가)로 재편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합종연횡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뛰어든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마존발 빅뱅설'과 관련해서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 내 인수합병과 합종연횡은 몇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미 해외 직구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