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윤석호, 각종 문건 '셀프' 검증…스킨앤스킨 150억원 횡령 관여
아내 이진아, 김재현 아내와 셉틸리언 공동주주…논란되자 靑 사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일해야 할' 변호사가 1조원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된 핵심인물로, 그것도 두 명이나 등장한다. 윤석호(43·구속기소)-이진아(37) 변호사 부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옵티머스 자산운용 관련 H법무법인 소속 윤석호 변호사와 송모 펀드 운용이사가 지난 7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07 pangbin@newspim.com |
◆윤석호, 옵티머스 건물 4층에 로펌 차려 문건 '셀프' 검증…투자금 횡령에도 직접 관여
옵티머스 펀드 사기 주범으로 지목된 윤 변호사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한양대 선후배로 연을 맺은 후 옵티머스 이사로 재직하며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H 법무법인 사무실은 옵티머스가 입주한 건물 4층에 있었다.
그는 특히 H 법무법인을 통해 옵티머스 내부 문건의 각종 법률 검토를 맡았다.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도 사실상 '셀프'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펀드로 둔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변호사는 실제 옵티머스가 판매하는 펀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의 상품승인소위원회로부터 △자회사가 사채를 발행해 매출채권 대금을 자회사에 지급하는 구조가 문제 없는지 △해당 구조가 자금 세탁으로 이용되거나 해석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법률검토 의견이 필요하다는 보완 요청을 받자, 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배임죄가 적용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의 법률검토보고서를 작성해 NH투자증권 측에 넘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NH투자증권은 윤 변호사가 작성한 이 법률검토보고서를 토대로 펀드 투자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펀드 판매를 결정했다.
옵티머스 관련 회사들이 진행하던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계약서와 의견서 작성 등 업무도 윤 변호사 담당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재현 대표 등과 함께 각종 사문서를 위조하고 이 문서들을 행사했다. 수천억원대 투자 근거가 된 옵티머스의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관여한 것이다.
윤 변호사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옵티머스 투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받는 여러 옵티머스 관련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의 감사로 일하며 직접 투자금 횡령에도 관여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가 감사로 있던 회사는 옵티머스 '자금 세탁소'로 지목된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AMC, 라피크 등이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이 마스크 사업을 하겠다며 위조된 이체확인증을 근거 서류로 이피플러스에 선급금 150억원을 지급했는데 이피플러스의 대표이사가 윤 변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이후 김재현 대표와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45) 이사가 운영하던 또다른 페이퍼컴퍼니로 빠져나갔고 이후 만기가 도래한 옵티머스 펀드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펀드 '돌려막기'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모습. 2020.06.30 pangbin@newspim.com |
◆아내 이진아 변호사, 2012년부터 여권 인연…옵티머스 논란 되자 靑 행정관 사임
옵티머스의 허위 펀드 판매와 자금 돌려막기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윤 변호사의 아내 이진아 변호사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는 당시에도 옵티머스 주주로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변호사가 옵티머스와 정·관계 연결고리가 되어 대규모 펀드 사기가 가능하도록 도왔던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졌다. 이에 그의 과거 행적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변호사가 청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2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문 대통령 대선캠프 외곽조직으로 불렸던 법률지원단에 합류했던 것이다.
2013년 '한반도희망포럼' 등산대회에 참석해 18대 대선 패배 이후 잠행하던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됐고 2014년에는 민주당 인사의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건 재판에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측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던 당시 당무감사원으로 일한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당무감사원장은 김조원 민정수석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들 이력을 거쳐 작년 10월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올해 6월 말 돌연 청와대에서 나왔다.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면서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지분 9.85%(10만주)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옵티머스 자금 세탁 통로 중 한 곳으로 지목된 셉틸리언 지분을 김재현 대표 아내 윤모 씨와 50%씩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회사 외에 옵티머스의 무자본 M&A 의혹이 제기된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남편이 하는 사업에 자신의 명의만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로 지목된 이동열 이사 측 변호인도 지난달 이 이사의 재판 이후 "이 변호사는 사실상 개입하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아직까지 기소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법처리 향방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