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비투자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혁신성장 관련 제조업 설비투자 감소율도 두드러져
한국판 뉴딜, 혁신성장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시장신뢰 얻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코로나19 극복과 경제대전환을 위한 국가전략인 '한국판 뉴딜'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투자는 유례없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재정투자의 경제성 확보와 민간 투자활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2일 '성장 없는 산업정책과 향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재정투자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산업별 설비투자 증감율 [자료=한경연] 2020.11.11 iamkym@newspim.com |
보고서는 지난 2년간(2018~2019년) 정부의 대표적인 산업정책(성장전략)인 '혁신성장'의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물론, 투자 부진은 혁신성장의 가장 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설비투자증가율(실질 기준)은 2018년 –2.3%, 2019년 –7.5%로 각각 마이너스성장을 했는데, 투자증가율이 기저효과가 큰 변수임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로 1960년 이후 2017년까지 설비투자가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한 경우는 IMF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 두 차례뿐이었다. 경제위기 없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한 경우는 지난 2년(2018~2019년)이 처음이었다.
최근 2년 연속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국가 역시 세계 140여 개국 중 10개국에 불과하며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 터키 3개국뿐이다.
보고서는 혁신성장과 밀접한 산업인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전기장비',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의 설비투자증가율이 기타 제조업 및 전체산업 수치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은 혁신성장의 성과부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최근 2년간 세계 대다수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투자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혁신성장을 주도할 산업에서 투자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시장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으나,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경영 주요 지표들 역시 지난 2년간 악화됐다.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인 총자본투자효율은 2017년 18.8%에서 2019년 16.9%로, 설비투자효율은 2017년 61.0%에서 2019년 54.8%로, 기계투자효율은 2017년 269.8%에서 2019년 249.0%로 떨어졌다.
기업실적 지표의 경우 매출액증가율은 2017년 9.2%에서 2019년 0.4%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7년 6.1%에서 2019년 4.2%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17년 114.1%에서 2018년 111.1%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9년 115.7%로 다시 증가하는 등 주요지표들이 악화됐다.
보고서는 혁신성장의 경제적 성과부진의 주요원인으로 정부 핵심 경제정책들 간의 부조화를 꼽았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그 성격상 혁신성장과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생산성에 연동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지배구조 규제와 같은 정책방향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창의력이 발휘되는 경제시스템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혁신기반 성장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판 뉴딜이 과거 어느 성장전략보다 재정투자 규모가 큰 만큼 경제성 확보가 정책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향후 3년간 투자액(2020~2022년 67조7000억원)은 과거 창조경제의 유사한 기간 투자액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라면서 재정투자의 경제적 성과 확보가 전체 뉴딜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정투자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운용 중인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에서 경제성 평가가 더 강조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편으로 평가요소 중 '경제성'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재정투자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경제적 성과 확보를 위해서는 경제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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