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낡은 미국 맥브라이드 평가표, 우리나라에 안 맞아"
노동능력상실률 산정에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채택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 손해배상금 산정 과정에서 그동안 사용해오던 미국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했다. 법원은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A씨가 우리들병원 의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686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병원에서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던 중 집도의 과실로 '족하수(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해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라는 후유장애를 얻었다. 이후 A씨는 집도의와 고용주인 병원장을 상대로 총 1억3170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병원 측의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실이익(A씨에게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통상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그동안 법원이 사용해온 미국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은 24%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 A씨에게 18%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했다. 이 평가기준에 따르면 신체 일부 절단 등 장애의 노동능력상실률은 높아지지만 척추 질환 등의 경우 현대 사회에서의 치료방법 발달로 장애가 덜 남아 노동능력상실률이 낮아진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 중 소극적 손해(일실이익)를 6288만원, 적극적 손해를 417만원으로 산정하면서 병원 측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또 정신적 손해(위자료) 1500만원을 더해 합계 6864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0년대 미국의 사회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어서 대부분 육체노동분야에 한정되고 지식정보사회인 현대 한국사회의 직업양태와는 큰 간극이 있다"며 "반면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현실적인 우리나라 직업분포에 맞는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은 가장 과학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기본모형으로 삼아 맥브라이드 평가표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해 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는 방식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