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고위 임원들 만나 투자 검토 촉구
"투자기록 없는 신생업체, 수익구조도 불명확"
[서울=뉴스핌] 백진규 백지현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도 옵티머스 펀드 투자제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은행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평판과 수익구조가 불명확하다며 이를 고사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주요 시중은행 고위 임원들을 만나 회사를 소개하고 펀드투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니 은행 자본으로 투자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옵티머스가 2017년 4월 고문들을 통해 PEF설립을 검토하던 시기 직후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모습. 2020.06.30 pangbin@newspim.com |
옵티머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 정재계 유력 인사들을 고문으로 초빙하고 기업, 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해 왔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에는 ▲에이치엘비 ▲오뚜기 ▲안랩 ▲JYP 등 상장사만 59개에 달한다. 옵티머스펀드는 2017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00명이 넘는 기관·개인 투자자로부터 1조5797억원을 유치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2017년 12월 고문들의 도움으로 약 85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갖췄다. 옵티머스는 2017년 6월 레포펀드 1호를 시작으로 레포펀드와 옵티머스펀드를 설정했으며, 펀드 만기도 3~6개월로 짧아 초반에는 투자자들도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옵티머스가 은행들에 제안한 펀드들은 레포펀드와 옵티머스 등 대신증권과 한화증권이 판매하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제의를 받은 은행들은 최종적으로 투자를 거부했다. 옵티머스의 설명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안정적인 상품이라 하더라도, 신생 자산운용사인데다 기존 투자기록(트랙레코드)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옵티머스는 2017년 'AV자산운용'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첫 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은행들은 소속 금융그룹 산하 대형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투자 리스트를 관리하고, 이들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설정하는 사모펀드에 주로 투자한다. 이 때문에 외부 운용사이자 신생사인 옵티머스펀드는 은행 내규에 맞지 않았다. 특히 개인도 투자가 가능한 기관 투자상품은 은행이 그동안 투자해본 적이 없는 상품이다.
통상 은행 자금운용부나 IB부서는 고유계정 자산을 외환·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사모펀드도 은행들의 자산 트레이딩 분야 중 하나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기자본투자를 결정하려면 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심의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옵티머스에 대한 평판조회가 어려운데다 수익구조를 명확히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등 여러 로비 사건이 불거지면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강화됐고 투자제안에 대한 심사도 더욱 엄격해졌다. 어차피 안정성 측면에서도 투자심의를 부결시켰겠지만, 제안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옵티머스 측이 판매사에 제공한 펀드 투자제안서는 연 3~4%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98%의 자산이 비상장사 사모사채에 흘러들어갔으며,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이 2018년 10월 상장폐지되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특히 수탁사인 하나은행에는 사모사채 투자를 지시하면서도, 예탁결제원 자산명세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등록해 투자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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