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 철수 이어 印尼서도 철수...베트남 3년 째 적자 지속돼
신동빈 회장 "해외사업 전면 재검토"...남익우 대표 해외 확장 '후퇴'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단기 성과에 치중한 양적 성장보다 장기적으로 균형을 갖춘 내실 성장 지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위상을 강화하겠다." (2019년 롯데리아 40주년 기념사 중)
"롯데GRS 미래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겠다."(2019년 롯데그룹 하반기 VCM, 비전 주제 발표 중)
남익우 롯데GRS 대표가 해외 사업 확대를 돌파구로 내세웠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수년 째 실적 개선은 차치하고 결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 후퇴하는 모양새다.
롯데리아 인도네시아 실적 추이. 2020.10.07 hj0308@newspim.com |
◆신동빈 회장 "해외사업 전면 재검토"...인니 철수, 신호탄?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하반기 VCM(LOTTE Value Creation Meeting·전 사장단 회의)에서 언급한 해외 사업 전면 재검토와 맥이 맞닿아있다.
당시 신 회장은 "국제무역,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투자도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롯데는 신남방정책을 펼치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유통, 식품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팬데믹(세계적대유행) 현상에 따라 글로벌 사업 확장 기조를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남 대표가 수년 째 힘을 실어온 해외 사업도 전면 재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롯데리아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6월 현지에서 모든 매장을 철수했다. 인니 시장에 진출한지 9년 만이다. 롯데리아는 자카르타 내 매장 16곳과 엔제리너스 커피 1곳 등 총 17곳을 폐점했다.
롯데리아는 2011년 10월 19일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에서 인도네시아 1호점을 개점하고, 그동안 최대 35개 매장을 운영했다. 35개 매장 중에는 함께 운영한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커피도 포함됐다.
롯데리아 인도네시아 법인은 최근 3년 간 당기순손실을 이어왔다. 지난 2017년 34억원 가량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에는 22억2100만원, 지난해 26억8300만원에 손실을 냈다.
롯데리아 베트남 실적 추이 2020.10.07 hj0308@newspim.com |
◆해외 성과 두드러진다던 베트남도 손실 여전해
롯데GRS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진출해있다. 베트남의 경우 롯데GRS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해외 점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베트남으로 26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미얀마(31개), 캄보디아(6개), 카자흐스탄(5개), 라오스(2개) 등이다.
매장 수를 키우며 외형 확장에 주력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떨어진다. 베트남 롯데리아 법인역시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당기순손실액은 18억5500만원으로 이는 2년 전인 2017년 9억9510만원에 비해 두 배가량 손실 규모가 커진 수치다.
현재 롯데GRS는 매장 운영을 맡고 있는 현지 법인을 두고 있지 않아 이 같은 손실액이 실적에 반영되진 않고 있다. 최근 철수를 결정한 인도네시아 법인을 포함해 베트남 등 해외법인은 모두 2018년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자회사 편입 요건을 충족시키면 계열사로 해외법인 이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GRS의 경우 내년 초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GRS가 해외법인을 재인수한다면 실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더욱이 롯데GRS는 올해 초 이사회 결의를 통해 베트남에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한 법인(LOTTE F&G Vietnam)을 설립하고 자본금 155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법인은 3월 설립 당시 롯데GRS가 100% 출자했지만 이후 8월 롯데푸드가 88억3200만원을 출자해 지분 33%를 가져갔다. 롯데GRS에 쏠리는 재무 부담을 공동으로 지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인은 롯데리아에 납품하는 패티 등 식자재를 주로 생산하며 올 하반기 현지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롯데GRS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베트남 사업 투자 확대가 득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