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일정 지연, 10월말 11월초 유동화 예정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정부가 항공, 해운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 협력업체를 돕기 위해 추진해온 총 5조5000억원 규모 프로그램의 첫 대출이 실행됐다. 당초 계획보다 첫 개시가 늦은 것은 대출상품이 협력업체와 시중은행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전날 오후 A부품업체에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출'을 실행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의 첫 번째 사례다.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기간산업의 협력업체이면서 2000년 5월1일 이전 설립된 중소·중견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이는 상위 프로그램인 기간산업안정기금 차원에서도 첫 대출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빌린 돈이 5000억원 이상이고 근로자는 300명 이상인 기간산업 내 대기업을 지원하고,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은 대기업의 협렵업체에 금융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간산업 협력업체를 돕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떼내 하위 프로그램인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정부는 시중은행들과 협약을 맺고 지난달 5일부터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15~18일 사이 시중은행에서 첫 대출이 실행되면, 한 달간 대출된 것을 집합(Pooling)해 올 10월 말에서 11월 초 유동화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중은행의 기간산업 협력업체 대출 첫 개시는 더뎠다.
기간산업 협력업체들 처지에서 해당 대출상품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하는 기업들에선 금리, 복잡한 구조 등으로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해당 지원 프로그램은 기준금리에 대출을 신청한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책정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금리가 확 오르는 구조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낮아도 주거래고객으로서 우대금리 혜택을 받아온 기업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할 유인이 낮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타깃이 잘못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간산업 협력업체들이 시중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대출채권의 10%를 보유하고 나머지 90%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기구(SPV)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중 은행 몫인 대출채권 10%는 정부가 대출과정에서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며 만든 장치다.
그러나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기업이 기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낮은 신용도와 부족한 담보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채권은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은행도 일정 규모의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대출을 신청하는 기업들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보니 리스크를 우려해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목표한 대출 규모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