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자고 있는데 물이 갑자기 무섭게 들어왔다니까요. 살아야 되니까 핸드폰 하나 들고 비닐하우스 위로 올라갔습니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임곡·산막동의 주민들은 허탈한 모습으로 진흙 범벅이가 된 집을 보며 한숨만 쉬었다. 지난 7~8일 이틀 간 광주·전남에 5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지난 7~8일 내린 폭우로 광주 광산구 산막동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2020.08.11 kh10890@newspim.com |
도라지를 재배하는 황순덕(62) 씨는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비가 온다고 하면 새벽에도 잠을 잘 안잔다. 그래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조금씩 차오르던 물이 어느새 허리춤까지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황씨는 "살기 위해서 집에 있는 물건은 다 놔두고 핸드폰만 들고 119에 신고했다"며 "4~5m가 되는 비닐하우스가 다 잠길 정도로 차올랐으니 사다리 타고 비닐하우스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면 정말 죽을뻔 했다"고 말했다.
황룡강과 인접한 임곡·산막동은 이날 강물 수위가 올라가면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한꺼번에 마을로 역류해 침수 피해를 봤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4~5m가 넘는 비닐하우스까지 황룡강 물이 범람하면서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지붕에서 구조대를 기다렸다. 주민들은 구조를 기다리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찢고 올라갔다. 2020.08.11 kh10890@newspim.com |
지방도와 농로까지 모든 길이 침수로 끊기면서 새벽부터 한나절 가량 임곡동 전체가 외부와 고립됐었다.
주민들은 모든 도로가 침수되면서 보트를 타고 빠져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우가 내린지 사흘이 지났지만 임곡·산막동은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천장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들이 널브러져 있고, 점포 안 상품들은 뒤죽박죽 엉켜 있었다.
농가들은 진흙으로 덮여 장화를 신지 않으면 통행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황룡강이 범람하면서 축사농가에서 기르던 흑염소와 닭 수십마리가 폐사했다. 2020.08.11 kh10890@newspim.com |
마을의 전기와 수돗물 공급도 끊겼다. 축사 시설도 아수라장이 됐다. 흑염소와 닭은 급류에 떠밀려 길가에 수십여 마리의 사체가 가득차 있었다.
침수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의 집을 복구하기 위해 공무원·봉사단체 등에서 인력을 총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무너져 내린 집을 보는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우린 이제 전재산을 잃은거나 마찬가지다. 차량도 침수가 됐고, 농사를 짓던 것들도 출하할 수 없어서 수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해 더이상 생업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이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규정과 맞지 않다'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을 손 놓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대한적십자사 회원들이 복구 작업에 나섰다. 2020.08.11 kh10890@newspim.com |
양규섭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협의회 동구지구협의회장 "수해 현장을 15년간 다녀봤지만 광주에서 이렇게 처참한 피해를 입은건 처음봤다"며 "하루 빨리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룡강과 인접한 광산구 임곡동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9개 마을에서 이재민 250여 명이 발생했다.
전체 농경지 1035㏊ 가운데 90% 이상이 물에 잠겼다.
주택 40채는 침수, 6채는 산사태로 인한 붕괴 등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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