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사회 각층의 다양한 문제들을 통찰해온 벨기에 거장 다르덴 형제가 신작 '소년 아메드'(30일 개봉)로 객석을 찾아온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잘못된 종교관에 사로잡힌 소년의 위험한 일탈을 통해 유럽 속 아랍사회의 현실을 조명한다.
작품의 주인공 아메드는 벨기에의 평범한 아랍가정에서 자란 소년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공부도 곧잘하던 아메드는 아랍어를 현대적으로 가르치려는 교사 이네스와 반목한다. 어릴 때부터 이네스를 따랐지만 그를 배교자라고 비판하는 이맘(이살람교 지도자)의 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사진=(주)영화사 진진] |
이후 아메드의 일상은 확 바뀐다. 이슬람 경전 꾸란(코란)을 벗어난 아랍문화 전체가 배교라는 이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애쓴다. 이는 강박으로 이어져 이내 이네스을 증오하기에 이른다. 이맘의 부추김도 한몫 했으나, 아메드는 지하드(성전)를 명목으로 아네스를 해치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운다.
영화 '소년 아메드'는 유럽 내 아랍사회가 겪는 시대적 혼란을 한 소년을 통해 들여다본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던 소년 아메드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벌이는 예측불허의 상황들은 이슬람교를 포함한 아랍문화 전반의 혼란을 이야기한다.
특히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 사회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아랍인들의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에 집중했다. 교사 이네스와 학부모들이 아랍어 교육을 놓고 토론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UN이 정한 세계 6대 공통어 중 하나인 아랍어는 2억명 넘는 사용자가 분포하지만 꾸란의 언어, 즉 종교적 색채가 아주 강하다. 아랍인들은 이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대 아랍어 교육자들은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
참고로 아랍어는 고대 언어가 사실상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언어 자체가 어렵고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꾸란의 언어로 신성시돼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문맹률 상승으로 이어져,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국가의 문맹률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압도적으로 높다.
[사진=(주)영화사 진진] |
연출 면으로 볼 때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의 발탁부터 다큐 색채가 강한 화면과 극 전개가 그렇다. 이런 담백한 화면 속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다르덴 형제의 수완은 여전히 놀랍다.
더욱이 영화 중후반부터 벌어지는 아메드의 돌발행동들은 관객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남다른 통찰력과 빼어난 연출, 사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감독의 수완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