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장학금 유용...경징계 조치
"서울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서문과)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와 장학금 등을 유용하다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은 가운데 서울대 학생들이 배상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불꽃'은 21일 서울 관악구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서문과는 수년간 대학원생들의 인건비와 장학금을 조직적으로 갈취하고 비공식 유용금을 조성해왔다"며 "교수들에 의한 조직적인 학업 방해"라고 지적했다.
불꽃은 서울대 측에 피해 대학원생들에 대한 배상을 진행하고, 대학원 내부 인권·노동권 문제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불꽃은 "학과장을 위시한 8인의 서문과 교수들이 '일괄관리' 혹은 '공동관리'라는 명목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지급받은 장학금·인건비 일부를 학과 통장으로 송금하게 했다"며 "갈취한 돈은 학과 행사비, 운영비에 사용됐고, 심지어 술값으로 지출된 내역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수진은 이런 방식으로 2014년부터 5년간 1억3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유용했다"며 "교수진 진술에 따르면 이런 인건비 갈취는 2009년 즈음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문제적이고, 교수진이 갈취한 돈이 애초 대학원생들 개개인의 몫으로 주어진 돈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라며 "서문과 교수진은 수년에 걸쳐 예비 연구자들의 생활비를 갈취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 산학협력단 감사팀이 발간한 특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문과 두뇌한국(BK)21 플러스 사업팀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연구과제에 참여한 대학원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연구장학금 중 일정 금액을 회계담당 대학원생 개인 명의 계좌로 회수해 공동관리했다. 회수한 금액은 대학원생들의 세미나 운영비, 도서구입비, 학술대회발표 지원 등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문과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교무처 학사과에서 지원하는 계절학기 강의지원인력 보상금 지급 대상자와 기초교육원에서 관리하는 강의 조교로 대학원생들을 추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의 조교 업무를 시키지 않고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자체적으로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맞춤형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돼 등록금을 감면받는 대학원생 중 일부로부터 감면받는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서무조교 개인 명의 계좌로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회수된 장학금 등은 학과 교수회의 의결을 거쳐 운영됐고 학과 행사비, 소모품비, 다과류 구입 등에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행사비 등은 공식 예산에서 충당됐으며 회수된 장학금은 사적인 술자리에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꽃은 "학생회가 확보한 2017년 2월 교수회의록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에게 회수한 일괄 관리금은 술자리와 와인 구입 등에 쓰였다"고 했다.
유용금 조성에 가담한 서문과 교수들에게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조치가 내려졌다. 조성된 유용금은 반납 과정에 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