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에베레스트. 오직 신이 허락한 사람만 오른다는 궁극의 영역. 지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8848m 미지의 땅을 밟은 중국 등반대의 이야기가 한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에베레스트'는 1960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땅을 밟고도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한 중국 산악인들의 이야기다. 에베레스트 완등이 곧 국격으로 여겨지던 시기, 누구보다 정상 정복을 바랐던 방오주(오경) 대장과 동료들의 처절한 도전사가 115분간 펼쳐진다.
[사진=(주)제이앤시미디어그룹] |
영화는 예상치 못한 눈사태를 맞은 방오주의 결단서부터 시작한다. 1960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둔 그는 최악의 눈사태에 대장을 잃고 살아남은 대원들을 책임지게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 카메라 대신 동료의 목숨을 선택한 방오주는 극적으로 최정상을 밟지만 사진을 남기지 못해 국제산악계의 외면을 받는다.
'에베레스트'는 1975년, 방대장과 새로운 등반대가 15년 만에 새 역사에 도전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자국민들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고 폐인처럼 살던 등반대원들이 국가의 부름에 의기투합하고 숱한 갈등, 어려움을 이겨내는 에베레스트 정복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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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영화는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크다. 이인항 감독은 스토리 전개에 일명 '국뽕' 컬러를 너무 입힌 느낌이다. 일단 그간의 에베레스트를 다룬 영화라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없다. 사람이 죽고, 이걸 알면서도 산에 오르려는 자들의 이야기, 순식간에 등반대를 눈더미 속에 파묻는 자연의 무자비함 등이 어째 와닿지 않는다. 중국이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들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이다. 그래서 국뽕 이야기가 나온다. 이게 산 사나이들의 순수한 투지를 미화하고 말았다.
오롯이 산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집어넣은 시도는 호불호가 갈릴 대목이다. 방오주 대장의 오랜 연인 서영(장쯔이)의 등장이 특히 그렇다. 서영은 험난한 방 대장의 에베레스트 도전에 함께하는 인물로, 영화에 로맨스를 가미하는 캐릭터다. 지금까지 등장한 대부분의 산악영화, 특히 에베레스트를 다룬 작품들이 로맨스를 안 다룬 건 아니나 비중이 문제다. 영화의 초점이 리얼리티에서 멀어지다 보니 로맨스가 극 전체의 몰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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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로맨스 말고도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 산악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주인공의 고뇌, 동료의 원망, 산에 대한 미련, 국가의 부름, 인물들의 극적인 화해까지 다 챙기려 했으니 산악영화 특유의 긴박함은 오간데 없다. 화면만 보면서 '에베레스트'의 카리스마를 느끼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서영에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다 끝에 가서야 눈물로 고백하는 방대장을 보노라면 어쩐지 허탈감이 밀려온다.
개봉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한 등반신은 볼만하다. 무더운 여름임을 감안하면 설산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클라임 신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험준한 산과 싸우는 등반대의 활약을 표현하기 위해 '1917'과 '어벤져스:엔드게임' 제작진이 동원됐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액션 자체는 화려하나 리얼리티에 집중한 그간의 에베레스트 영화만큼 극적인 맛은 떨어진다. 상업등반대의 참사를 다룬 동명 영화 '에베레스트'(2015)와 단순 비교해도 그렇다. 눈덩이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대원이나, 이들을 몸 날려 구해내는 방대장을 보노라면 쿵푸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중국색을 너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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