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채권시장의 돈잔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기업의 파산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고, 신흥국 채권시장 역시 매수 열기가 연일 가열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주요국의 이른바 '중앙은행 풋'이 채권시장과 경제 펀더멘털의 괴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CCC 등급으로 평가 받는 미 에너지 업체 콤스톡 리소시스가 5억달러 규모로 회사채 차환 발행에 나섰고, 마찬가지로 투기등급인 자동차 부품 업체 다나도 기존 회사채의 만기 상환을 위해 대규모 발행을 추진중이다.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로 인해 경영 위기에 내몰린 유틸리티 업체 PG&E는 채권시장에서 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해 파산을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나비오스 마리타임 홀딩스의 자회사가 5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 발행에 나서는 등 투기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 연쇄 파산과 맞물려 시장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헬스장 체인 업체인 24아워 휘트니스 월드와이드와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킬소프트 코프를 포함해 연초 이후 111개 기업이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200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매출 급감이 기업의 숨통을 조인 결과다.
소매업부터 에너지 섹터까지 기업 파산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시장의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상황은 이머징마켓도 마찬가지다. 신흥국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JP모간 EMBI 글로벌 다이버시파이드 인덱스는 지난 3월23일 이후 20%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 국채 대비 신흥국 채권의 프리미엄은 30% 이상 축소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4월 이후 신흥국의 채권 발행액은 839억달러에 달했다.
JP모간은 앞으로 18개월 사이 리스크가 특히 높은 41개 신흥국 시장의 디폴트율이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어 2021년 말까지 디폴트율은 3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날로 상승하는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는 신흥국 채권시장의 상승 베팅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폴란드, 터키와 남아공을 포함해 총 10여개 신흥국의 중앙은행이 현지 통화 표시 국채 및 자산 매입에 나섰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폴 그리어 신흥국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양적완화(QE) 형태의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이 채권시장에 훈풍을 확산시킨 한편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3월23일 연준의 회사채 매입 발표가 전세계 채권시장에 터닝포인트를 제공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동성 효과가 국경을 벗어나 주요국 전반으로 번졌다는 얘기다.
노던 트러스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콜린 로버트슨 신용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채권시장 개입을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시행한 데 이어 개별 회사채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