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원강사발 7차감염 확산…"명단 확인 어려워"
방역당국 소극적…"지자체 떠넘기지 말고 책임져야"
[세종=뉴스핌] 강명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발원지인 5개 클럽(킹클럽, 트렁크, 퀸, 소호, 힘)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험시설에서 환자 발생시 정확한 방문자 명단 확보가 방역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방역당국의 지침으로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방역당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킹클럽, 트렁크, 퀸, 소호, 힘 등 이태원 클럽 5곳에 대해 제재가 아닌 행정지도를 내렸다.
박종현 행안부 안전소통담당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의 명단 작성이 부실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시설 이용자가 연락처 등을 거짓 작성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이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어 영업이 중지되어 있다. 2020.05.08 pangbin@newspim.com |
코로나19 확진자가 해당 클럽에 방문한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사업자에게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는 의무가 부과됐다. 하지만 지침만으로는 시설 이용자가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문제를 막을 방법이 없어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5개 클럽 방문자 명단에 기재된 5517명 가운데서는 절반 가량만이 연락이 닿았다. 나머지는 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다. 클럽 인근 통신사 기지국에 접속한 1만여명에 대해서는 진단검사를 안내했고, 경찰을 통해 이태원 일대 CCTV를 확보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한 바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에 대해 초기 감염 확산 차단에 실패하면서 이태원 관련 7차 감염까지 발생했다. 이태원 클럽 방문을 숨기고 거짓 진술을 한 인천 학원강사를 일찍 파악하지 못한 것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천 학원강사가 발견됐을 시점에 이미 학원, 노래방 등에서 노출이 있었는데, 환자 조기 인지가 안돼 감염의 연결고리 차단이 제대로 안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다중이용시설 이용명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해당 장소를 방문한 분들이 검사를 받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침을 결정하는 주체인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집합금지명령이 해제된 상당수 지역에서는 복지부가 8일부터 시행한 유흥시설 운영자제 권고 행정명령만이 유효한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복지부는 지난 22일 고위험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수칙안을 내놨지만, 언제부터 시행할 지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만약 이태원 클럽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현재 수칙만으로는 여전히 명단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셈이다.
QR코드를 이용한 명단 확보 역시 6월 말부터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방역망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부처별·시설병 특성을 반영해 내놓은 31개 세부지침을 보면 명단작성에 대해 '가급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안 지켜도 되는 상황"이라며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단계에서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지고 대응하기보다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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