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업소용 위스키 매출 90% 넘는데"
디아지오코리아, 6월부터 국내 생산 중단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수년 째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위스키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두 차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업소용 제품 판매가 어려워졌기 때문.
이에 위스키업계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제품 리뉴얼에 나서거나 한정판 제품을 출시, 가정용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반전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기존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 2020.05.11 anpro@newspim.com |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시내 유흥업소에 두 번째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서울시에는 2146곳의 유흥업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위스키 업계에선 업소용 제품 판매량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이 불가능한 탓에 코로나사태 이후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란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작년 겨울 위스키 성수기에도 판매량은 전년 보다 줄어들었던 상태"라면서 "이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업소용 제품 판매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요 판매처 중 하나인 면세점 영업도 막히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내국인들의 면세점 위스키 구매도 급감해서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총 58만7879명으로 직전 달인 2월 방문객 175만4000여명보다 66.4% 줄었다. 3월에 내국인은 32만5736명 면세점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고 외국인은 26만2143명 국내 면세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일부터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하며 김포공항, 제주공항 등 지방공항의 국제선 하늘길은 막혔고 해당 공항 면세점도 모두 임시휴업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국제선 재개장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위스키 연도별 출고량. [자료=주류업계 취합] hj0308@newspim.com |
◆수렁에 빠진 위스키 업계...10년 전 대비 판매량 절반 '뚝'
국내 위스키 시장은 주류 문화 변화에 따라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 2018년 149만2459상자(1상자=9ℓ기준)로 전년보다 6.2% 줄었다. 10년 전인 2008년(284만1155상자) 대비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위스키 업체들은 작년 말 가격을 잇달아 내리고 저가 제품을 내놓는 등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습니다.
'조니워커', '윈저'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는 39년 만에 경기 이천 공장 운영을 오는 6월부터 중단한다. 시장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글로벌 본사 제품을 수입・판매키로 했다.
골든블루는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를 수입・유통해 위스키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칼스버그 수입・유통을 시작하고 2년 째를 맞은 골든블루는 작년부터 유통 채널 확대, 마케팅 강화에 집중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든블루에 따르면 칼스버그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보다 85% 늘었고 올해(1월~4월) 판매량도 작년 동기 대비 81% 신장했다.
에드링턴코리아는 올해 초 국내 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 4월 말 국내 유통회사인 디앤피 스피리츠에 '맥캘란' 판권을 넘겼다. 디앤피스피리츠는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가 설립한 법인이다.
한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위스키 업계가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면서 "위스키 업체들이 기존 영업 방식을 고수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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