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이사 나간 주민들은 다시 제주 와서 사용해야"
"지원금 현금 지급도 방법…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해야"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지난달 초 제주도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간 A씨는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A씨가 수령한 재난지원금은 제주도에서만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이 생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A씨는 이를 항공료로 다 써야 하는 것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재난지원금은 지난 3월 29일 현재 세대주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신청 및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또 지원금 사용은 8월 말까지 주소지 관할 시·도로 제한했다. 즉 서울시민은 서울에서만, 제주도민은 제주도에서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A씨처럼 3월 29일 이후 주소지가 변경된 사람들의 경우다. 이들은 지원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사가기 전 살던 곳에서 이를 사용해야만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A씨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지역 제한을 없애자고 14일 공식 건의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청 제공] |
원 지사는 "이 분처럼 올해 3월 29일 이후 제주에서 타 시·도로 이사했거나, 반대로 타 시·도에서 제주로 이사를 온 국민은 7500여명(4000여 세대)"이라며 "제주 인구가 전 국민의 1%인 점을 감안할 때 전국에 이 분 같은 처지에 놓인 국민만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재난지원금이 각 시·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며 "그런데 이로 인해 정책 사각지대가 생겼고 그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지역 제한을 폐지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다"며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3월 29일 이후에 주소를 이전한 국민들에 한해서 만이라도 현재의 주소지에서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해당 지역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청 제공] |
원 지사는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도 건의했다.
그는 "코로나 경제 위기가 3개월 여 지나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며 "공과금이나 통신요금, 카드대금, 자녀 교육비 등 현금이 절박한 국민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상권 매출 확대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섞어놓지 말고 국민 개개인의 긴급한 필요에 쓸 수 있도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현금 필요가 클 것이니, 돈 쓰는 것까지 일일이 제한하려 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용처에 제한이 있고 사용기간이 정해진 카드 포인트 충전이나 상품권보다는 현금 지원이 효과적"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들을 위한 지원금이다.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주도는 국민들이 기부금 입력에 있어 실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신청일 이후에도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재난지원금 불편사항에 대해 신속히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 13일 행정안전부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