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아시아선수촌, 호가 수천만원 '오름세'
급매물 소진되며 가격 회복…잠실종합운동장 개발도 '기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이르면 이달 초 착공함에 따라 서울 송파구 잠실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잠실은 탄천을 사이에 두고 삼성동과 맞닿아 GBC 개발의 가장 큰 수혜지로 꼽힌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520동 전용 76㎡(중층) 매도호가는 지난 4일 19억원으로 5000만원 상승했다. 같은 단지 505동 전용 76㎡(중층) 매물은 같은 날 20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 올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같은 날 잠실주공5단지 518동 전용 76㎡(고층) 매물은 18억7000만원으로 4000만원 뛰었다. 524동 전용 76㎡(중층) 매물도 지난 2일 18억9000만원으로 4000만원 상승했다.
잠실트리지움, 잠실 레이크팰리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가격이 오름세다. 잠실트리지움 336동 전용 84㎡(중층) 매물은 지난 2일과 4일 각각 2000만원 오른 결과 현재 17억9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트리지움 344동 전용 114㎡(중층) 매물은 지난 5일 20억원으로 2000만원 상승했다.
잠실 레이크팰리스 103동 전용 59㎡(중층) 매물은 지난 2일 15억7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7동 전용 99㎡(2층) 매물은 지난달 21일 22억2000만원으로 2000만원 뛰었다.
잠실 주변 아파트값이 이처럼 오르는 것은 코로나19 우려가 잠잠해진 가운데 GBC 착공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일 GBC 착공계를 제출했다. 착공계는 건설공사 시작 전 마지막 단계로, 시가 착공계 신고를 수리하면 착공이 가능하다. 시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착공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자료=서울시] |
GBC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7만9341㎡)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통합 사옥으로 건립될 마천루다. 현대차가 약 3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업무시설, 숙박시설(관광숙박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이 들어서며 고층 타워동의 104층과 105층은 전망대로 쓰인다.
오는 2026년 하반기 준공 계획이며 완공시 지상 105층 규모의 국내 최고층 건물이 된다. GBC에 현대차그룹 본사가 들어오면 임직원들과 협력 업체의 주변 부동산 매매·임대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잠실 부동산시장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매수자들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를 위해 내놓은 급매물이 소진돼서 아파트 가격이 다시 회복되는 효과도 더해졌다.
잠실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 위주로 거래가 반짝 늘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급매물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 매수자들이 몰려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동 P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트리지움의 경우 급매물이 다 빠져서 지난주보다 5000만원 정도는 더 줘야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다 보니 매수자들 방문이 늘어나 가격이 오른 것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인상하려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회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에서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긴 종부세율 강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29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12·16 대책' 후속 입법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잠실동 S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 아파트들은 아직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어서 가격만 저렴하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전화 문의도 하루에 10통 가까이 온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동에서 잠실에 걸쳐 진행되는 대형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잠실 부동산시장은 더 큰 '후광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삼성동 코엑스와 GBC,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제교류문화지구 위치도 [자료=서울시] |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강남구 코엑스에서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166만㎡ 부지에 글로벌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시설, 도심형 스포츠 콤플렉스, 생태·여가공간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현대차 GBC ▲잠실종합운동장 개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코엑스 확장의 4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서울시는 '88서울올림픽'의 상징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스포츠·문화 중심 복합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은 준공 후 3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한 데다 외부공간은 주차장 위주로 쓰여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이를 리모델링해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은 88올림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철거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면 부분은 남기고 뒷면에 유스호스텔을 마련하도록 구상돼 있다. 실내체육관, 체조경기장, 수영장은 철거한 다음 전시 컨벤션센터를 신축할 계획이다.
향후 잠실운동장은 국제 스포츠경기, 한류 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스트리트몰 형태의 판매시설과 올림픽전시관, 생활체육시설이 어우러진 '도심형 스포츠·문화 콤플렉스'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감도 [자료=서울시] |
또한 잠실운동장 인근 탄천에는 요트 선착장이 생긴다. 서울에 요트 선착장이 생기는 곳은 잠실, 여의도 두 군데뿐이다. 요트는 선착장에 정박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고가품이다. 서울시는 요트 선착장 주변에 쇼핑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유스호스텔을 지어 이 일대를 관광인프라 단지, MICE 단지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는 '잠실운동장 마이스 복합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VFM(Value for Money) 분석 결과를 주도하고 있다. VFM 분석은 재정실행 대안과 비교해 민간투자 방식 추진이 적절한지 따져보는 절차다.
VFM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나올 전망이다. 이후 서울시는 ▲연내 제3자 제안공고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년경 실시설계 돌입 ▲오는 2022년 상반기 중 착공 ▲2025년 준공 순으로 사업절차를 밟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요트 선착장을 만든다는 것은 고소득층이 소비,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든다는 의미"라며 "잠실운동장을 삼성역과 연계해서 개발한다면 그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향후 서울시의 개발축은 삼성동 GBC, 잠실 종합운동장,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잠실역으로 이어진다"며 "강남에 이만한 대형 개발호재가 없는 만큼 잠실 부동산시장이 받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도 GBC 개발의 수혜를 받을 지역"이라면서도 "다만 삼성역 인근 테헤란로는 아파트보다 빌딩이 많고 청담동, 대치동은 삼성동-잠실 개발축에서 다소 떨어져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