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우 교수, 코로나19 관련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 개입 강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민 10명 중 2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해 정부의 선제적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경희의대)은 10일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대책 온라인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경기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들이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수원시] |
백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재난상황에서는 초반에 다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진다"며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 중 80%는 좋아지지만 10~20%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해당하는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했던 홍콩에서는 몇 년 뒤 노인들의 사망이 크게 늘었고, 동일본 대지진 뒤 2~3년이 지나고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
백 위원장은 "일본 연구에 따르면, 자살을 하기 까지는 평균 3.9개 이상의 어려움이 겹쳤다. 국내 연구에서도 4개의 위험요인 이후 자살로 이어졌다"며 "이미 3가지 정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가에서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내 적절한 치료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 위원장은 "일본 구청에서 정신상담, 법률,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방문자 70%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국내 역학조사관들이 동선파악을 했듯이 위기에 빠진 국민을 조기 발굴해 적극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위기에 빠진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지집단과의 연결이다. 정부에서 전화서비스를 통해 전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연락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정부와 전문가, 사회적 리더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이어지는 불안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코로나 블루 등 우울증의 증가나 무기력증이 늘어 지역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며 "앞으로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실업률, 자살 문제 등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편견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긴급재난기금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번에 보편적 재난기금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별도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바이러스 치료와 정신건강치료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 환자수가 줄어들고 완전히 없어져 종식이 되더라도 그로 인한 불신과 불안이 있다면 그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70여일이 지나면서 어떤 부분이 사회에 장기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울지 조사했을 때 첫 번째가 생계였고 두 번째는 정신건강이었다"며 "이를 많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사결정자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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