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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한 군인…대법 "가혹행위 없었어도 보상해야"

기사입력 : 2020년03월09일 06:01

최종수정 : 2020년03월09일 06:01

A씨, 복귀 앞두고 극단적 선택…당국은 "보훈대상자 아니다" 판정
1·2심 "가혹행위 없었다" → 대법 "직무 스트레스 영향…인과관계 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휴가 후 복귀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군인에게 직접적인 군 내 가혹행위가 없었더라도 직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015년 사망한 A씨의 부모가 낸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비대상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은 "원심이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해 좀 더 면밀히 따져보지 않았다"며 "보훈보상자법상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4년 육군에 입대해 화포 정비병으로 복무하던 중 이듬해 혹한기 훈련 포상휴가를 나왔다가 복귀일 열차에 뛰어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A씨의 부모는 군 복무 중 지속적인 상관의 지적과 질책으로 인한 언어적 가혹행위 및 지휘관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선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A씨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했다거나 군 내 구타, 폭언 또는 가혹행위로 인해 극단적인 사망에 이른 게 아니라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1·2심 재판부는 보훈처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원심은 "A씨가 상관으로부터 수회에 걸쳐 질책을 받은 적이 있고 적성적응도 검사에서 즉각적인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소속부대가 전문 상담관과 면담이나 가족과 연계한 관리를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군 복무생활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자살은 주로 A씨의 개인적인 사정과 어려움 등으로 인한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은 당시 육군본부의 심사표를 근거로 보훈보상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육군본부는 A씨가 중학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해왔고, 이러한 취약성 때문에 병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취약성 및 병영생활 자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소속부대에서의 부적절한 대처가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볼 때, A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직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망인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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