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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마스크 사러 돌아다녀보니…실망·불안·공포 일파만파

기사입력 : 2020년03월06일 11:38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28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가 밤 사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TV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소식은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나는 젊어서 괜찮아" 라며 귀찮아서 마스크를 안쓰고 다녔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듯 했다. 마스크를 안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안을 삼았다. 그러다 "내가 자칫 누군가에게 전파시킬 수도 있다" 라는 SNS 댓글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공적마스크는 물론 일회용 마스크 조차 구매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사진=전경훈 기자]

◆ 약국 50곳 들려 마스크 1장도 못샀다. 

작년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이라고 계속 떠들어도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 마스크를 사놓고도 집에 두고 다녔었다. 마스크를 쓰면 숨 쉬는 것도 힘들어서 차라리 숨을 제대로 쉬는게 더 건강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그때 사뒀던 마스크가 남아있어서 마스크를 굳이 살 필요를 못느꼈었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우한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명칭은 자꾸만 바뀌고 확진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집에 있던 마스크도 어느새 다 떨어져가고 있어서 약국에 갔다. 설마 마스크가 한 개도 없겠냐 싶었는데 마스크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또 다른 약국에 갔다. 역시나 마스크가 다 팔렸단다. 그 날만 마스크가 없던건지, 다른 곳은 마스크가 있는지 좀 더 확실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2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약 2주 동안 이른바 '마스크 찾기 대장정'에 나섰다.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는지 약국에 들어갔지만 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에만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이 약국에만 5명이 넘었다.[사진=전경훈 기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편의점, 대형마트 등 판매하는 곳은 눈에 보이는 족족 다 찾아가봤다. 약국만 해도 50곳을 넘게 들렸다. 하지만 '품절' 글자가 새겨진 종이만이 텅빈 마스크 매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밖에서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어디서 구매한 건지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며칠이 걸리더라도 마스크를 꼭 구매하고 말 테다" 오기가 생겼다.

그러던 중 정부가 2월 28일부터 전국 약국·우체국·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공적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드디어 마스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겠구나"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28일에 우체국을 가보니 읍·면에서만 판매를 한다는 담당자의 말에 마스크 구매의 좌절감을 맛봤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약국·농협 하나로마트에도 판매 한다고 했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약국 문을 열고 "공적 마스크 어디에 있나요?" 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스크 입고 안됐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 황당했다. 마스크가 들어온다고 방송에서 그렇게 떠들었는데 말이다.

두 번의 좌절감을 느끼고 주말 아침 다시 약국을 찾았다. "오늘은 마스크 있나요?" 약사는 고개를 저으며 "어제 오후 늦게 공적마스크가 들어오긴 했는데 100장 밖에 안들어와서 10분만에 다 팔렸어요. 근데 주말에는 마스크가 입고 안된다네요" 이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남아있는 마스크가 있을지 찾아가봤다. 대답은 예상대로 "새벽부터 미리 줄 안서면 마스크 못사요"였다. 그래서 평일 출근길에 평소보다 일찍 나와 줄을 서보기로 했다.

아침 8시에 도착한 하나로마트. 이미 수백명 가까이 줄이 서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하나로마트가 오전 9시에 문을 연다고 하길래 오전 8시쯤 도착해서 기다렸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있었다. 가장 맨 앞에 계셨던 할머니는 얼마나 일찍 온건지 궁금해서 여쭤보니 새벽 5시부터 줄을 서 계셨다고 했다. 9시가 다가올수록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문이 드르륵 열리자 사람들은 드디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스크 오후 2시부터 판매합니다. 이렇게 줄 서 계시면 장사에 지장 있으니까 이따 오세요"라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새벽 5시부터 기다렸던 할머니는 "이렇게 기다렸는데 번호표라도 줘야되는 것  아니냐"며 빌어봐도 이따 오라는 말만하며 단호하게 돌려보냈다. 오후 1시쯤 다시 가봤지만 그땐 이미 수백명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었고 할머니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공포가 된 일상…돌아다니는 것도 무서웠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 담양으로 놀러갔다. 주말이면 사람으로 바글바글하던 곳이지만 이 날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사진=전경훈 기자]

날씨가 화창한 주말 아침. 창밖을 내다봤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다. 하늘은 파랗고 매화가 활짝 폈다. 어느새 봄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말에도 밖에 못나가고 있었지만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스크를 쓰고 담양에 놀러갔다. 광주랑 가까워서 여행 기분을 내고 싶을 때마다 가곤 하는데 늘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하지만 이날은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마스크 쓰고 산책나온 사람도 없이 휑 했다. 어릴적부터 수 없이 가본 담양이지만 이렇게 사람 없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자전거 대여 사업자들까지도 없었다. 관광객이 없으니 당연히 국수거리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문화생활도 즐겨보자 싶어 영화관에 갔다.

예매와의 전쟁을 벌이던 영화관 조차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사진=전경훈 기자]

광주종합버스터미널 2층에 위치한 영화관이라 조조·심야영화 가릴 것 없이 예매전쟁의 영화관이었지만 이날은 마스크 쓴 손님 3명만 영화관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상생활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터미널은 한적했고, 식당은 비어있었다. 평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에 "다들 집에서 안나오고 있는데 나도 괜히 밖에 나왔나?" 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 "언제쯤 끝이 날지 걱정이에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마스크를 쓰고 응대를 해야하니 고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단골 중국집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은 TV를 보고 계셨다. "에휴" 한숨만 내쉬었다. 점심시간이면 배달과의 전쟁이었지만 손님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배달원을 안심할 수 없다며 배달손님까지 뚝 끊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자영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집 근처 편의점 사장님은 "언제쯤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날지 걱정이에요" 라며 편의점 운영 2년째 최악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바로 옆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도 가봤다. 부동산 거래는 꾸준히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중개사 A씨는 "하루종일 문을 열어놔도 문의전화 한통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매수자가 나타나 집을 보고 싶다고 해도 집주인들이 코로나 감염 걱정에 당분간 계약을 안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반대로 매수자들도 자가격리 하고 있는 집은 아닐까 걱정되서 사진으로 실내 구조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요일 미사가 열리는 날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성당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종교는 무교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의 끝을 지어주라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교이면서 부탁할때만 기도하는게 양심에 찔려서 공평하게 교회·성당·절 모두 가봤다. 사람으로 북적여야 할 일요일이었지만 성당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83년 만에 처음으로 미사가 중단된 것이란다. 종교시설이 문을 닫은건 생전 처음 겪어봤다.

문득 "설마 절까지 문을 닫았겠나" 싶어 '광주 무각사'로 가봤다. 역시나 법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진원스님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교는 모든 법회를 1600년 만에 중지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종교시설까지 문을 닫게 만들었다. 물론 모든 종교가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광주 모 교회는 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예배를 강행했다가 확진자를 발생하게 한 불상사를 키우기도 했다. 

◆ 마스크 구하기 힘든 소외계층…"없으니까 여러 번 빨아 써"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공적마스크. 1묶음에 마스크가 5개가 들어있다. 판매가격은 4800원. 폐지 100kg 가까이 팔아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사진=전경훈 기자]

광주 북구의 한 고물상 앞. 검은 운동복, 삼선 슬리퍼, 검은 패딩 복장에 마스크를 착용한 박찬주(가명·74)씨가 손수레에 고물을 한가득 실어왔다. 박씨는 폐지를 팔아 3200원을 받았다. 공적마스크 2개 값(마스크 개당 1500원)이었다. 단돈 100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폐지를 줍는 박씨에게는 공적마스크 가격도 큰 부담이었다. 박씨는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며 구청에서 받은 마스크 하나로 2주일 넘게 쓰고 있다고 했다. 박씨가 착용한 마스크는 한눈에 보기에도 낡아있었다. 고물상에서 나온 박씨는 무료급식소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한 공지사항을 읽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료 급식은 한동안 없습니다" 그는 "에잇. 오늘도 굶겠네"라며 머리를 긁적인 뒤 돌아섰다.

◆ 마스크를 나눴다.

텃밭 근처에 계시던 미화원 여사님께 마스크를 건네드렸다.[사진=전경훈 기자]

우리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별로 나눠 먹을 것 없는 콩알이라도 이웃과 나눠 먹겠다는 생각을 장려한 속담이다. 나도 이 속담을 실천해봤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장애인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건네드렸다. 휠체어를 타고 1주일을 살아본 경험(1월 24일자 [전기자의 체험기] 휠체어 타고 1주일 살아보니...)이 있어서 마스크 구매하러 가는 길이 쉽지 않을거란걸 잘 알았다. 그는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웃었다.

마스크를 꼭 전해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동네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미화원 여사님이었다. 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돌아오니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지하로 연결된 계단에서 여사님을 만났다. 여사님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꼭 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가격도 비싸고 구매를 하려고 해도 팔지를 않으니 마스크 없이 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어떻게든 결제를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거 알려줘도 어려워서 구매가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스크가 없어 매일 먼지를 그대로 흡입하고 있던 여사님은 건네준 마스크를 손에 꼭 쥐고 고마움을 표했다.

돌아가는 길에 든 생각들. 지자체나 봉사단체에서 코로나19의 취약계층을 위해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들이 존재한다는 것. 하루 벌어 한끼를 먹고 사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시간 씩 줄을 선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라는 것. 이때다 싶어 마스크 매점매석 하는 자들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

폐지를 줍는 이들에게는 마스크 구매 조차 사치라고 했다. 마스크를 사면 그 날 하루는 굶어야 된다며.[사진=전경훈 기자]

에필로그(epilogue). 집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지난달 폐지 체험기를 하며 만났던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마스크도 없이 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계셨다. 오랜만에 마주친 반가운 얼굴에 인사를 하면서도 "마스크도 없는데 괜히 코로난지 뭔지 병 옮길라 어여 가더라고"라며 할아버지는 본인보다 남을 먼저 걱정하고 계셨다. 할아버지에게 마스크 몇장을 건네드리니 "나 같은 사람한테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데 왜이렇게 잘해주냐"며 울먹이셨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나까지 눈시울을 붉혔다. 특정 종교나 이런 사태까지 온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코로나19가 유독 가혹하게 느껴진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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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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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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