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실물경기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이키부터 디즈니까지 글로벌 기업들도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매장 폐쇄로 인해 이미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바이러스 확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향후 전망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안후이(安徽)성 검문소 직원이 자동차 운전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6일(현지시각) CNBC는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 업계가 중국의 2020년 경제 성장률을 줄하향 하고 있다고 보도해다.
지난해 미국과 무역 전면전 속에 6.1% 성장, 전년 6.6%에서 크게 후퇴한 중국 성장률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격으로 4% 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5%로 낮췄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이 바이러스 확산에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4.9~5.4%로 하향 조정했다. 최악의 경우 연간 성장률이 4% 대로 밀릴 수 있다는 경고다.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될 경우 주요 산업 전반의 타격은 물론이고 헬스케어 관련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물경기를 압박할 것이라고 EIU는 지적했다.
맥쿼리와 미즈호 역시 올해 세계 2위 경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9%에서 5.6%로 낮춰 잡았고, 나틱시스가 5.7%에서 5.5%로 조정했다.
노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 성장률이 기존의 전망치인 6.1%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경제가 올해 예상치인 5.8%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격이 중국에서 주요국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디즈니와 애플 공급 업체 폭스콘, 세계 2위 자동화 기술 기업인 동시에 로봇 공학 건도 기업인 ABB까지 바이러스로 인한 매출 타격을 경고하는 기업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나이키의 중국 매출액은 지난 2014년 26억달러에서 지난해 62억달러로 급증했다. 성장률 1위 시장에서 절반 가량의 매장을 폐쇄한 데 따른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판매 저하는 물론이고 생산라인 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공장이 마비되면서 현지 판매는 물론이고 주요국 수출까지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상하이와 홍콩의 테마파크 운영을 중단한 디즈니는 상하이 비즈니스 차질로 인한 영업 손실만 1분기 1억35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에서도 4000만달러의 영업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폭스콘은 2020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공장 가동 차질로 인한 피해는 업체뿐 아니라 애플과 중국 제조업 경기까지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ABB의 전력 장비와 로보 공급이 막히면서 볼보부터 중국 바이두까지 제품을 공급 받는 업체의 생산 역시 적신호가 켜졌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와 무관하게 글로벌 경기가 올해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전략가는 지난 수 년 사이 지구촌 경제가 성장한 데 따라 소비자 물가부터 임금, 상품 가격까지 비용 측면의 압박이 불가피하고, 이는 실물경기를 악화시키는 한편 금융시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