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욕설에…'매 맞는 경찰관' 1년에 1만명 훌쩍
공무집행방해 사범 80% '주취 상태' 이유로 집행유예
처벌 강화 목소리 높은데, 관련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술에 취해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휘두른 여성들이 잇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해마다 '매 맞는 경찰관'이 1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주취자 감경 사유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취자 감경 사유 때문에…공무집행방해 사범 잇따른 집행유예
23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회사원인 우모(29·여) 씨는 지난해 7월 새벽 3시쯤 술에 취해 택시를 탄 후 잠들었다. 택시 기사는 행선지에 도착한 뒤에도 우씨가 일어나지 않자 112에 신고했다.
경찰 로고. [뉴스핌DB] |
이윽고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모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 우씨를 깨웠다. 그러자 우씨는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뺨을 때리고 경찰관의 성기를 움켜쥐기까지 했다. 우씨는 경찰서에 도착한 뒤에도 순찰차 뒷문을 발로 걷어차는 등 행패를 그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우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정신심리치료 강의 수강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최모(41·여) 씨는 지난해 11월 새벽 술에 취해 길거리에 누워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모 경찰관을 폭행했다. 최씨는 경찰관의 손등을 할퀴고 뺨을 때렸다.
경찰서로 이동하기 위해 순찰차에 탄 이후에도 최씨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최씨는 다른 경찰관의 턱을 걷어찼으며, 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도 욕설을 내뱉고 진술서를 찢었다.
공무집행방해, 공용서류손상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알코올 치료 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 매 맞는 경찰관 1만명 훌쩍…관련 법안은 국회서 낮잠
경찰청이 2018년 발간한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경찰관 폭행 등으로 검거된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17만명이 넘는다. 1년에 1만명이 넘는 경찰관이 공무집행 중 폭행에 시달리는 것이다. 2018년에만 공무집행방해 사범 1만1426명이 검거됐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는 점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하면 성립하는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에 명시된 주취자 감경 사유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사범 10명 중 8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공무집행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심 판결을 받은 8808명 중 징역형 선고는 14%에 불과한 1214명에 그쳤다.
공권력 약화를 우려하는 여론에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주취 상태인 경우 이를 감경 사유로 삼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2018년 8월 "음주에 관대한 우리나라의 문화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람 스스로가 그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음주자의 경찰관 공무집행방해를 엄중히 처벌해 해당 범죄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취객을 상대하며 겪는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젹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 입장에서는 취객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법 개정이 빠르게 이뤄졌으면 하는 요구들이 있다"며 "취객들의 돌발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