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나란히 '맞불'.. 주호영·김종민·권성동 순
김종민 '토론 도중' 화장실行... 한국당 항의하기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여야가 24일 11시간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발을 뗀 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본회의 운영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이례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선거법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를 야당의 독무대로 내주지 않으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법안 처리 당위를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2.23 kilroy023@newpsim.com |
가장 먼저 필리버스터에 나선 첫 주자는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었다. 주 의원은 23일 오후 9시 49분부터 본회의 단상에 서서 지난 4월 진행됐던 오신환·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문제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운을 뗐다.
주 의원은 "국회법을 개정할 때 당 지도부가 상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함부로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법안을 만들었다"며 "국회의원 개인이 헌법기관이라고 (여당) 여러분이 말하는데, 원내대표가 함부로 사보임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은 여야가 지금까지 합의해서 처리해왔다"며 "내년 선거 결과 한국당이 과반이 돼 선거법을 바꾸면 여당은 승복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주 의원은 또 4+1 협의체가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설계한 제도는 직접 투표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이라며 "우리나라 헌법 판례에 의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리잡은) 독일의 최고 재판소에서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의 마감 시간은 필리버스터 돌입 4시간 후인 24일 오전 1시 49분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19.12.23 kilroy023@newpsim.com |
바통은 선거법 협상을 이어갔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갔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6시22분까지 약 4시간 30분가량 '찬성 토론'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오전 1시 50분께 단상에 올라 "표결을 앞두고 무제한 토론 기회가 주어져서 우리가 고민했던 방향,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갔고 나아가지 못한 지점은 어딘지, 왜 못 갔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같이 이야기해볼 기회가 마련돼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4+1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수정안의 당위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유일한 권력은 과반수다. 4+1은 과반수를 갖춘 과반수 연합"이라며 "여야 교섭단체 합의는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정치 개혁의 방아쇠, 몸부림 논의와 민주적 합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데 우리 국회가 한 발짝, 움찔이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광화문에서 데모만 하지 말고 국회를 바꾸기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자"며 "로텐더홀 집회를 한다고, 국회 앞에서 폭력적으로 한풀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토론 도중 화장실을 위해 4분 정도 자리를 비우며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삼석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 2019.12.23 kilroy023@newpsim.com |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6시 22분께 3번 주자로 단상에 올라 3시간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권 의원은 토론 시작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장은 국회의 권위를 세워야할 의무를 가진 분인데 문 의장으로 인해 국회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의장이 편파적 당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바람에 문희상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저격했다.
그는 선거법과 관련해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여당이 폭거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4+1협의체를 겨냥해서는 "여러분들의 야합은 괜찮고 우리가 제도의 허점을 파고 들어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겠느냐"며 "자기들의 허물은 생각하지 않도 남을 헐뜯으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지 말라"고 꼬집었다.
권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최인호(민주당)·지상욱(바른미래당)·전희경(한국당)·이정미(정의당)·홍익표(민주당)·박대출(한국당) 의원 등으로 순번이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국회는 25일 자정을 끝으로 12월 임시국회를 마감하는 안을 채택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