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구리부터 원유까지 상품시장이 강한 랠리를 연출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성사시킨 데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과 중국의 경제 지표 호조가 상품 가격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주가 강세에 활짝 웃는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무역 스몰딜에 대한 백악관과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상품 가격 상승에 적극 베팅했다.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구리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 상승하며 파운드 당 2.81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5월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도 구리 선물은 1% 선에서 급등하며 톤 당 6199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은 한 주 사이 7% 치솟았다.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장중 1% 이내로 오르며 배럴당 65달러 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0.3% 가량 동반 상승하며 배럴당 60.26달러에 거래됐다. 이른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에 이어 무역 합의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천연가스 선물 역시 장중 3% 가까이 급등했다. 겨울철 난방 연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공급 과잉 우려를 눌렀다.
곡물 가격도 크게 뛰었다. 밀 가격이 장중 4% 급등하며 5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옥수수는 11월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식시장도 축포를 터뜨렸다. MSCI 글로벌 지수가 0.65% 오르며 최고치 기록을 세웠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 역시 1.4% 뛴 417.75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밖에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무역 합의 이외에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 데 따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이 해소, 유럽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나스닥 지수가 장중 1% 이상 치솟으며 8833에 거래됐고,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0.6%와 0.9% 내외로 오르며 신고점을 찍었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에 이어 중국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위험자산 상승에 불을 당겼다.
11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8% 급증했고, 산업생산은 6.2% 늘어났다. JP모간은 투자 보고서에서 "주요국 제조업의 지속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상품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번 무역 합의를 계기로 관세 정점을 맞았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며 "기존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회되면서 실물경기 회복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에서도 낙관적인 의견이 나왔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 수출이 두 배 늘어나는 한편 미국 GDP가 0.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의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1단계 합의가 중장기적인 무역 전면전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양국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신경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