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합의여건 충족", 키코 공대위도 '조정안 수용 의지'
소멸시효 지나 소송 불가능, 은행권 '수용시 배임' 우려 여전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키코(KIKO) 분쟁조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나왔지만,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해기업들이 배상을 받을 방법은 더 이상 없다. 분쟁조정이 결렬되면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데, 키코 사건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배상비율을 15~41%(평균 23%)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 은행들의 총 배상금액은 255억원이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19.12.13 milpark@newspim.com |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발표 직후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키코 사태의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금융당국의 진정한 노력에 만족한다"며 조정안을 수용할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양 당사자가 모두 수용해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이에 따라 공은 은행에 넘어갔다.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시효가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키코 사건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다. 은행이 조정안을 거부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사건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피해기업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은행이 이번 분쟁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해기업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은행들이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은행들은 그 동안 '배임'을 이유로 크게 반발해왔다. 이미 법적으로 은행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났고, 소멸시효도 지나 은행이 배상을 하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것. 본사 정책을 따라야하는 외국계 은행은 특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금감원도 이를 의식한듯 이번 발표에서 "4곳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이 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국계 은행의 본국은 되레 소비자보호가 중시되고 있다" 등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키코와 유사한 피해에 대해 제소기간 경과여부와 상관없이 배상한 외국 사례도 제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영국은 2013~2016년 이자율헤지상품 1만3936건에 대해 21억파운드(3조3000억원)을, 일본은 2011~2017년 외환파생상품 1169건에 대해 손실액의 20~30%을 각각 배상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분쟁조정 성사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수용의사를 밝힌 은행은) 없다"며 "상반기 조사를 마친 뒤 분쟁조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시간을 썼다. 조정안 대로 하면 어느정도 합의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검토할 시간도 충분히 제공한다.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수락 의사를 밝혀야 하지만, 당사자가 원하면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연말, 이사회 결의 등을 이유로 20일은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편의 차원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연장 기간은 20일 정도다.
은행들은 일단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영진과 이사회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내부 및 법률 검토를 거친 후, 내부절차에 따라 권고안의 수락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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