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나를 밟고 가라"...이틀째 국회 로텐더홀서 농성
"선거법 못 막으면 의원직 유지하며 할 일 별로 없어"
[서울=뉴스핌] 김승현 김규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4+1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재가동해 오는 13일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패싱'당한 자유한국당은 총력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당 내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마저 막지 못한다면 그간 빈 말에 가깝게 거론되던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정말 사용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부터 국회 로텐더홀에 자리를 잡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여러 차례 "나를 밟고 가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을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2 kilroy023@newspim.com |
TK(대구·경북) 지역 한 한국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상과 강경, 두 목소리 다 있고 두 루트 다 가겠지만 강경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다"며 "황 대표 역시 계속 나를 밟고 가라고 하지 않나"고 말했다.
당 내 사정에 밝은 한 한국당 보좌관도 "지금 큰 기류는 '협상은 하겠지만 뭘 크게 얻을 수 없을 테니 투쟁하자'는 쪽으로 보인다"며 "제대로 저항 못하고 쇼하는 식으로 비춰지다 물러서는 모양새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강행 처리되면 의원직 총사퇴도 가능하다고 본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실 직원들까지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갈 길은 그 길 밖에 없다고 의원들이 많이 이야기한다. 총선 국면에서 다 지역에 내려가고 이제 의원직을 유지하며 별로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 내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 이야기는 일부일 뿐, 크게 공감받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드러내 놓는 수준의 황에 대한 불만은 소소한 정도"라며 "그렇다고 황 대표에게 정국 책임 돌리는 분위기는 크게 보이지 않고 의원들도 동조하지 않는다. '여당이 나쁜 놈들'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직 총사퇴가) 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결국에는 의원회관에서 철수하지 않을까도 싶다"며 "조기 총선 우려에 국회의장이 사표수리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당도 책임이 있겠지만 명확하게 구도를 가지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2대 악법 철회·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 무기한 농성'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1 kilroy023@newspim.com |
PK(부산·경남) 지역 한 중진 의원은 "단순히 협상만 해서는 얻는 것이 없더라. 너무 여당이 양보를 안 한다"며 "협상문을 닫진 않겠지만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강한 모습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황 대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의원들의 분위기에 대해 "의원직 총사퇴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면서도 문재인 정권 게이트급 사건들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도 있어 신중한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밤새면서 삼삼오오 의원직 총사퇴 이야기들을 했다. 그런데 명암이 있다"며 "옛날에 액션에 불과했던 것 때문에 국민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권에 게이트급 사건이 많다. 그에 대해 원내에서 국정조사도 하고 특검도 가야하는데 의원직을 던지면 못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다 일리가 있어"며 "그러다보니 쉽사리 결단을 못 내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