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로힝야 집단학살' 주장은 '불완전하고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미얀마 군부를 변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때 서방에서 민주주의의 영웅으로 추앙되며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수치 고문은 이날 전통 미얀마 의상을 입고 피고석에 군 장성 및 변호인과 앉아 30분 동안 미얀마 군부의 행동을 변호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피고석에 앉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치 고문은 2017년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로힝야족 집단살해는 수십개의 경찰서를 공격한 로힝야족 테러에 대한 대응이었다며, 자신을 15년 간 가택연금에 가둔 군부의 편을 들었다.
이어 부적절한 군사력이 사용돼 민간인이 살해됐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러한 행동은 인종학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으로 보아 인종학살 의도로 로힝야족이 살해됐다는 것만을 유일한 가정으로 내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행위로 기소된 군인과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기소하고 처벌한 국가가 인종학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은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가 지난달 11일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미얀마를 ICJ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감비아는 이번 제소에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과 캐나다, 네덜란드의 정치적 지지를 얻었다.
지난해 미얀마 군부는 2017년 9월 로힝야족 남성과 소년 10명 학살에 가담한 군인 7명이 10년 중노동형을 선고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7년 학살에 대해 기소된 군인은 이들이 유일하고, 이들마저 1년도 채 안 돼 석방됐다.
미얀마 군부의 학살이 자행된 후 73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라카인주와 국경을 맞댄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10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은 이번 재판을 철저히 주시하고 있다.
이날 수치 고문이 발언을 시작하자 일부 난민들은 "거짓말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수치 고문은 로힝야족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국제앰네스티)는 로힝야족 탄압에 침묵했다는 이유로 수치 고문의 '양심대사상'을 박탈했다.
집단학살 판결을 위한 법적 기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법 하에서 집단학살 판결이 내려진 것은 △1970년대 말 캄보디아 '킬링필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1995년 보스니아 무슬림 학살 등 3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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