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따라 좌지우지...단순 협상 카드일 수도"
통신업계 "기존 장비 교체 쉽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심지혜 나은경 기자 =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다시 거세졌다. 이로 인해 동종업계인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다른 업체로 갈아타기까지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 두고봐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시킨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중국 화웨이, ZTE 등이 아닌 업체의 장비를 구입하는 신흥국과 기업들에게 6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동안에는 구두로만 국가 안보 문제를 바탕으로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자금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보다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지원은 업계에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미국의 이같은 정책이 시장에 얼마나 파급력을 가져다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건이 파격적일 수는 있으나 기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새 장비를 다른 업체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600달러 지원금이 무조건적인 퍼주기 정책이 아닌, 대출 보증 형태라는 점이 맹점으로 지적된다. 저렴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대출을 받아 비싼 장비를 쓰는 것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정책이 경쟁 장비업체들에겐 긍정적인 소식이기는 하다"며 "다만 실제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통신 장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화웨이 압박 정책이 일관성 있기 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이번 발언은 협상력을 위해 꺼낸 발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