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한국과 일본 정부에게 미국의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사히신문이 19일 복수의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지난 8월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직후 한국과 일본 정부에 이 같은 경고를 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NF 탈퇴 이유로 중국의 미사일 개발도 언급했다"며 "미국이 대(對)중국 억제정책을 경계해 한국과 일본을 압박한 것"이라고 전했다.
8월 21일 중국 베이징(北京) 외곽 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 나선 3국 장관들.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장관, 왕이 외교부장, 고노 다로 외무상. 2019.08.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8월 한·중·일 3국은 베이징(北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신문에 따르면 3개국 회담을 계기로 열렸던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고노 다로(河野太郎) 당시 외무상에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INF 문제를 언급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중일관계는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가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외무상은 왕 부장의 발언에 대해 미 중거리 미사일의 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중국 미사일이야 말로 일본을 사정 거리에 두고 있다"며 "중국이 먼저 군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강 장관 역시 왕 부장의 발언에 "중국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와 관련된 보복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10월에도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했던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에게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라이버 차관은 방중 후 방문했던 일본 도쿄에서 외무성·방위성 각각의 간부를 만나 "중국으로부터 재미있는 반응이 있었다"며 중국의 태도에 대해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한일 양국에게 INF문제에 대해 "동맹국 문제로 중국·러시아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의 한 중국 전문가는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내년 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끝나면 미국의 새로운 미사일 배치 여부가 중·일 간 큰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하는 게 아닐까"라고 내다봤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의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공식 답변"이라며 "미군의 미사일 실전 배치는 5년 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여당 내에서는 국회에서 미사일 배치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국과 일본은 오는 12월 양국 외교·국방 당국 간부 간의 확대억지협의(EDD)를 예정하고 있다. 같은 시기 한·미 간에도 EDD가 열릴 전망이다. 미·일 정부 관계자는 "INF 문제는 중단기적 문제로 빨리 생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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