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고은 성추문 폭로…고은, 최씨와 언론사 등 손배소
1심 "최영미 진술, 허위 아니다"…2심도 항소 기각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은(본명 고은태) 시인이 자신의 성추문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최영미 시인과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고 시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박 시인이 주장한 2008년 성추행 목격 폭로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판단,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심과 같이 판결했다.
이날 재판에 직접 참석한 최 시인은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하면 건질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통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를 맡은 차미경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역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없어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했다"며 "대의명분에 비춰보더라도 우리가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고 예상했던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뒤 피소 당했던 최영미 시인이 8일 오후 항소심 승소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1.08 adelante@newspim.com |
최 시인은 앞서 문학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 시인으로 추정되는 원로 문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내용의 시 '괴물'을 게재했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 이후 사회 전반에서 성범죄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괴물'이 고 시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시인은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시인했고, 영국 출판사를 통해 의혹을 부인해오던 고 시인은 1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 시인이 1994년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의 부적절한 행위를 목격했다는 부분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반면, 고 시인 측에서 제시한 주변인들의 증언 등 반대 증거를 종합해보면 (최 시인의 폭로가) 허위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 시인은 원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문인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된다"면서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에 대한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하면서 정정보도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시인의 폭로로 고 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해돼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나 박 시인이 쓴 폭로 글의 표현 등을 보면 고 시인이 청구한 1000만원을 모두 인용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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