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기 수익률을 노리는 핫머니가 이집트 채권시장로 몰리고 있다.
올들어 두 차례에 걸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정치권 부정부패로 인한 리스크까지 악재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매수 열기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나일강 옆 건물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집트 채권시장의 상대적인 고수익률과 거시경제 지표 개선, 경제 개혁까지 삼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다.
18일(현지시각) 씨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이집트 단기물 채권이 2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은 저금리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에 베팅하는 캐리 트레이드 형태로 거래됐다.
정치권 부패를 둘러싼 과격 시위와 사회적 동요에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등 금융시장까지 파장이 확산되면서 발을 뺐던 투자자들이 '유턴'하는 움직임이다.
정치권 리스크가 재점화되지 않을 경우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단기 투자 세력들이 고수익률의 매력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중앙은행이 연초 이후 총 250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이집트 단기물 채권은 15% 내외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이른바 '서브 제로' 물량이 15조달러에 이르는 상황에 보기 드문 투자 기회라는 얘기다.
거시경제 측면의 청신호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2018 회계연도 이집트의 성장률은 5.6%에 달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년 사이 9.8%에서 8.2%로 하락했고, 2016년 150억달러에 그쳤던 외환보유액은 올해 9월 기준 450억달러로 불어났다.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집트의 경제 개혁이 순항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한파 속에서도 거시경제 지표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 삭스의 파룩 소사 중동 및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집트 채권은 신흥국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수익률 때문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당분간 파운드화의 환율이 안정을 이룰 것으로 보여 매수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엘리사 파리시-카폰 부사장은 "경제 개혁의 이행과 외풍을 막아내기 위한 외환보유액 확충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GDP 대비 90.5%에 이르는 부채 비율이 중장기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집트 정부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내년 6월 82%까지 떨어뜨린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부채를 큰 폭으로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채권시장의 매수 열기에도 이집트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여전히 부진하다. 보다 강한 성장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는 석유가스 부문을 포함해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핵심 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