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부진과 달리 중국 내 라면 판매량 호조세 보여
세계 최대 라면 시장 중국, 제품 고급화 다양화로 성장 재개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중국의 라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하강에 따른 이른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소비시장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재편되면서 라면 업계는 제품 다양화 및 고급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제2의 도약을 꾀해나가고 있다.
세계라면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라면 시장이다. 2018년 기준 중국 라면 판매량은 약 403억개로, 전세계 판매분(1036억개)의 38.9%를 차지한다.
다만 2015년부터 중국의 라면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인 후, 특히 2016년 라면 판매량(385억 2000만개)은 최근 5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인 라면 판매량과 매출은 지난 2018년 각각 402억 5000만개, 909억위안으로 확대됐다. 올해 라면 판매는 2014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라면 소비 증가세가 자동차 판매 부진과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라면 판매량이 중국의 경기 침체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은행의 타오둥(陶冬) 애널리스트는 “ 중국의 연간 라면 판매량이 400억개로 회복될 것”이라며 “최근 제품 고급화가 이뤄졌지만 라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저가형 제품인 자차이(榨菜) 판매 증가세와 유사한 현상이다”며 라면 소비 증가세를 ‘불황형 소비’로 진단했다.
다만 라면 판매 증가의 요인이 단순히 저가형 제품 구매확대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근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실현한 라면업계의 일등공신은 제품 고급화와 다양한 신제품 출시라는 것.
중국식품과학기술학회(中國食品科學技術學會)의 멍수허(孟素荷) 이사장은 “라면 제품 다양화 자체가 소비 고급화 추세의 일환이다”며 “상위 22개 중국 면류 제조사 판매 규모가 지난 2018년 515억 위안을 기록, 동기대비 3.3%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향후 3~5년간 저가형 라면 제조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한편, 일부 대형사 위주로 시장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캉스푸 라면 [사진=바이두] |
중화권 라면 최대 업체로 꼽히는 캉스푸(康师傅)는 지난 2016년 시장 위축에 맞서 과거 히트 제품을 리뉴얼한 상품 및 사골탕과 같은 고급 탕류 제품을 선보이며 높아진 고객 입맛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부터 캉스푸의 실적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고급 탕류 제품은 식품 업계의 웰빙 트렌드와 맞물리며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그 중 용기 라면 및 고급 봉지라면 판매는 지난 2018년 각각 5.5%, 10.6% 늘어났다. 특히 고급 봉지라면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반면 중저가형 라면 판매는 줄어들었다.
퉁이의 탕다런 라면[사진=바이두] |
또다른 라면 업체 퉁이치예(統一企業)는 진한 육수맛을 내는 프리미엄 제품인 탕다런(湯達人)과 과 함께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탕다런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에 퉁이의 라면 매출도 늘어나는 동시에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 2018년도 라면 매출은 전년비 5.7% 증가한 84억 2500만위안을 기록했다. 또 올 상반기 매출 및 순이익은 각각 2.2%,39.6% 늘어난 114억7000만위안, 9억9700만위안에 달했다.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여전히 낮은 점도 향후 시장 확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기관 첸잔산업연구원(前瞻產業研究院)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29개로, 한국(74.6개) 베트남(54.3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인의 소비 고급화 추세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가 늘어나게 될 경우 라면 산업은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라면 업계의 경쟁 업종이자 라면 소비 위축을 불러온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음식 배달 업종의 성장세는 한풀 꺽인 모양새다. 10~20위안대의 배달 메뉴가 점차 사라지는 한편,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면서 그동안 고속 질주를 보여온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