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전 주석의 '정치적 실언'이 낙마 주요 원인으로 추정
시진핑 주석 정치 기반 약화와 반대파 부상설도 제기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류스위(劉士餘) 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정무 해임 처분을 받고 모든 정부 직위에서 배제됐다. 류스위 전 주석이 '시진핑의 사람'으로 여겨졌던 만큼 그의 '낙마'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밤 중국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류스위 전 주석의 정무 해임 처분 사실을 발표했다. 류 전 주석의 직급은 장관급인 정부급(正部級)에서 1급 조사연구원(調研員)으로 강등됐다. 당적은 박탈되지 않았지만 2년간 관찰 처분을 받았다.
기율위가 밝힌 해임 이유는 ▲ 정치적 입장 동요 ▲ 당성(黨性) 원칙 약화 ▲부적절한 공개적 발언 ▲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타인의 사익추구 협조 등이다.
류 전 주석의 신변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올해 1월이다. 2016년 증감회 주석에 오른 그가 1월 중화전국공급소비합작총사 당 부서기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당시 중국 정계는 그가 사실상 한직으로 쫓겨난 것으로 풀이했다.
이후 5월 20일에는 류 전 주임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기율위에 고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기율을 위반한 자가 스스로 '자수'하는 '주동투안(主動投案)'을 장려하고 있는데, 류 전 주석이 이를 실행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증감회 주석 출신 낙마자가 됐으며, 중국 19대 당대회 이후 기율위의 조사를 받게 된 첫 번째 중앙위원, 18대 당대회 이후 최초로 '주동투안'으로 부정부패 '자수'에 나선 최초의 금융 거물이자 두 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짱쑤성(江蘇省) 가난한 시골 출신이지만 명석한 두뇌로 젊은 나이에 입신양명에 성공, 승승장구하던 류스위는 여러 가지 정치적 오명을 뒤집어쓴 채 정계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류스위 전 증감회 주석 |
◆ 류스의 낙마 원인 가설1: 시진핑의 권력 약화, 반대세력 기승
류스위 전 주석의 낙마는 중국 정계의 치열한 권력 암투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류 주석의 불륜 스캔들이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 전 주석의 증감회 주석 사임이 공식 발표된 것은 올해 1월 26일이다.그러나 류 주석의 사임 소식은 언론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중국의 금융전문 잡지 '진룽리차이(金融理財)'가 1월 24일 익명의 권위있는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이후이만(易會滿) 당시 공상은행 이사장이 신임 증감회 주석에 임명될 것이며, 류스위 주석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도 정보통의 소식을 인용, 이후이만 공상은행 이사장이 신임 증감회 주석 후보자로 심사를 받고 있으며, 곧 증감회 주석 임명 발표가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날 밤 23시에 '정취안르바오(證券日報)'는 류 주석의 해임 소식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증감회 주석의 거취를 둘러싼 매체 간의 상반된 보도는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26일 류 주석의 해임과 이후이만 신임 주석 임명이 공식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진룽리차이와 메이르징지바오의 보도가 사실이었으며, 보도가 나오기 전 류 주석의 거취에 대한 지도부의 방침이 결정된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류 주석의 사임 직전 '정취안스바오'가 해명 보도를 내놓은 것과 관련, 중국 공산당 지도부 사이에 그룰 둘러싸고 치열한 권력 암투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반(反) 중국공산당 중국어 매체인 다지위안스바오(大紀元時報)의 국제정치 평론가 천쓰민(陳思敏)은 칼럼에서 '정취안스바오는 중국 자본시장 4대 전문지 가운데 하나이자, 중국 중앙공산당 직속 기관지인 '징지르바오(經濟日報)' 산하의 관변 언론 매체다. 류스위 전 주석의 전보 직전 이 매체가 증감회 주석 인사 변동을 부인한 것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시한다'라고 분석했다.
장기집권 시도, 중미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 타격, 뚜렷한 정치적 실적 부재 등으로 시진핑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정변'이라는 것.
밍쥐정(明居正) 대만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도 5월 대만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자기 사람인 류스위 주석을 지키지 못한 것은 내부 갈등으로 인한 것이다"라며 "시진핑의 권력이 반대세력을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졌다"라고 분석했다.
◆ 류스위 낙마 원인 가설2: '중난하이 기밀 누설', 시진핑 대노
그러나 대만 쯔유스바오(自由時報)는 류 전 주석이 '실언'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낙마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6일 보도했다.
류스위 전 주석이 '중난하이(中南海)의 정변(政變)'을 '폭로'한 것이 빌미가 돼서 퇴출됐다는 것. 중앙 기율위가 거론한 류 전 주석의 기율위반 명목 가운데 '정치적 입장 동요','부적절한 공개발언', '정치 경계심과 비밀보안 의식 결핍' 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류 전 주석의 낙마를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2017년 10월 19일 발생했다. 이날은 중국 공산당 19대 대회 이틀째 되는 날로 각 대표단의 팀별 회의 토론 결과에 중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이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인물이 바로 류스위 전 주석이다. 그는 중앙 금융시스템 팀별 토론회에서 시 주석의 부정부패 척결을 언급하면서 "보시라이(薄熙來), 저우융캉(周永康),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 링지화(令計劃), 쑨정차이(孫政才) 6인의 부패혐의가 당의 권위를 찬탈하려는 음모와도 연루됐다. 대단히 무섭고 놀라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6명의 낙마 인사는 모두 장쩌민(江澤民) 계파 정치 거물이다.
이는 시 주석의 대대적인 반(反) 부패 운동이 사실상 공산당 내 권력 암투와 정변의 결과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었다.
류스위 전 주석의 '폭로' 수준 발언에 당시 대만과 홍콩의 중국 정치전문가들은 '공산당의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의 수위가 파급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지도부의 승인 없이 그가 감히 그런 발언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