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출신 외부 전문가 잇따라 영입해 체질 개선
해운동맹 가입·박스클럽 회의 참석 등 글로벌 행보 가속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적자 탈출을 위해 지난 3월말 '구원 투수'로 투입된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의 대내외 활발한 경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출신의 해운업 비전문가인 배 사장은 취임 당시 우려를 불식하고 해운업계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외부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며 현대상선의 순혈주의를 깨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현대상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배 사장은 최근 육상물류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SDS 스마트물류사업부장(전무) 등 30년 경력의 물류전문가인 김진하 씨를 물류서비스전략TF장(전무)으로 전격 영입했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사진=현대상선] |
배 사장은 지난 8월엔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프로세스 혁신과 디지털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LG전자 출신의 최종화 상무를 변화 관리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리체제이긴 하지만 현대그룹에 LG와 삼성 출신 인재를 잇따라 영입한 것은 해운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물류서비스전략 TF장 외부영입은 2020년 턴어라운드를 위한 비용절감 노력의 일환”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한 미래지향적 조직구조 확립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필요시 과감한 외부인재 영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부 인재 영입과 지난 8월 취임 후 첫 조직개편 및 인사를 통해 내부 조직을 정비한 배 사장은 대외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박스클럽 회의, 세계선사협의회 회의 참석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본격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배 사장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박스클럽 정기회의에 참석했다. 박스클럽은 1992년 발족한 전 세계 정기 컨테이너 선사 협의체다. 정식명칭은 '세계 컨테이너 최고경영자 모임'으로, 통상 컨테이너를 뜻하는 '박스클럽(Box Club)'으로 불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포함해 국가별 경쟁법 이슈 등 해운업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배 사장은 세계선사협의회(WSC) 회의에도 참석해 주요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WSC 이사 멤버로 활동 중인 배 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앞서 배 사장은 지난 7월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해운동맹 가입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의 핵심과제로, 지난 2017년 글로벌 해운동맹 정회원에서 빠진 지 3년 만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임기가 많이 남은 해운업 전문가인 전임 사장을 해임하고 배 사장을 선임했을때 과연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LG전자에서의 해외 영업 경험을 해운업에 어떻게 잘 적용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성과 여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째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역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선박이 본격 투입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되는 내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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