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에 옥수수 대량 구매를 약속했으나 정작 일본 기업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23일 보도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9.08.25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아베 총리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으로 수출이 취소된 미국산 옥수수를 ‘전부 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쿄신문이 일본 내 주요 사료 제조업체 및 단체 6곳을 취재한 결과, 미국산 옥수수를 추가 구매 또는 앞당겨 구매할 계획이 있는 곳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일본이 수입한 미국산 옥수수는 약 1100만t이었으며, 아베 총리가 약속한 추가 수입 규모는 275만t로 연간 규모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는 약 600억엔(약 6695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산 옥수수 수입 확대의 이유로 “나방 유충으로 일본 내 사료용 옥수수가 피해를 입어 민간에서 옥수수를 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도쿄신문은 “나방 유충에 따른 피해가 추가 수입이 필요할 정도로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도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아베 총리의 약속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본 JA젠노(全農·전국농업협종조합연합회) 측은 “미국산 옥수수는 국내산과 용도가 다르다”고 설명했고 사료 제조업체 관계자도 “추가 수입량을 소화할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불필요하게 수입을 늘려 옥수수가 남아 돌게 되면 처치가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프리카에 구호물자로 보내거나 바이오연료로나 활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협정에 서명할 예정인 가운데, 아베 총리가 퍼주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의 약속대로 미국산 옥수수 수입이 실현되지 않으면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양국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으며,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농업 지역 표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에 수입 확대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번 무역협정문에는 쇠고기 및 돼지고기 수입 관세를 인하한다는 미국 측 요구는 반영되는 반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돼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뉴욕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대단원을 맞은 미일 무역협상은 ‘윈윈’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마이니치 신문은 “이것이 윈윈인가? 일본만 손해”라고 지적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