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진술 일관”…‘성인지 감수성’ 판례 재확인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징역 3년6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9일 확정했다.
대법은 “피해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될 뿐 아니라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사정에 비춰볼 때 신빙성이 있고, 피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에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증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며 “피해자가 범행 전후에 보인 일부 언행 등이 성범죄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런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한다”며 “여기에 피고인이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또는 추행 직전·직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기존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를 재확인했다.
다만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2017년 8월경 도지사 집무실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범행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범행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청구한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에 대해서도 “공개 고지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 출장지에서 김지은(34) 전 충남도 정무비서를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와 도지사로서 위력을 이용한 수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위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고 입증하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일부를 제외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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