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개정 불발..국토부, 금융위에 내년 2월 연기 요청
개인정보 관리·결제원과 합의 등 현안 해결 '미적' 지적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완전 이관 예정인 청약시스템이 개편 작업이 지연으로 4개월쯤 연기될 전망이다.
감정원은 청약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택법 개정 연기와 시스템 개발 지연으로 긴급하게 일정 연기를 추진 중이다. 애초 국회나 관계기관과 협의 없이 10월까지 이관은 무리한 추진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청약시스템 이관 작업을 내년 2월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업무 이관을 위한 관련법 통과가 연기되고 있고 감정원의 자체 시스템 개발 작업도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토부와 감정원, 금융결제원 간 회의에서 내년 2월로 이관 작업을 연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국토부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정원의 주택청약시스템 구성도 [자료=국토부] |
정부는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에서 현재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는 청약 업무의 단속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감정원으로 완전 이관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관 작업이 순탄치 않다. 먼저 청약 업무 이관을 위해 먼저 이뤄졌어야 할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감정원이 청약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를 감정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로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달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개인정보 이관을 놓고 여러 쟁점 사안들이 있어 의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달부터 감정원은 금융결제원과 청약 업무를 공동 수행하기로 했었다. 8,9월 감정원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청약 업무를 가동해 보고 문제점 수정 후 10월 완전 이전을 계획했지만 주택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일정 자체가 어그러졌다.
주택법 개정으로 청약 업무 이관 작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분양 성수기인 가을에 청약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 점도 부담이다. 감정원에 새 청약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해 이 기간 청약 업무가 불가능하다.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 등 사업자들이 이 기간을 고려해 분양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주택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청약 공백 일정을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분양 비수기인 연 초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다만 금융결제원 노조의 반발도 심해 주택법 개정 후에도 이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결제원 노조는 "청약업무 이관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관 연기 작업 역시 일방적으로 이뤄지며 용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5일 성명서를 내고 "결제원은 이미 10월 청약업무 이관을 대비해 직원 재배치를 결정했다”며 “10월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결제원에 책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진규 의원실 관계자는 "청약업무를 공공기관으로 이관하기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개인정보 이관 문제를 놓고 충분한 협의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국토부는 그동안 시스템 개발이나 금융결제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와 청약업무 이관 작업이 늦춰지는 이유를 국회 공전이나 금융결제원의 반발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던 일반 시민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