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능한 외생변수로 하반기 시황 불투명"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다", SK하이닉스 "생산 줄인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탄력적 운영'과 '감산'이라는 서로 다른 대응방안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불황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감산 여부'다. 반도체 업체들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 오지 못해 가격이 폭락할 경우,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 반등을 노리는 방법을 종종 사용해 왔다.
이번 불황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마이크론이 지난 3월 가장 먼저 D램 생산량을 5% 줄이겠다고 나섰다. 이어 SK하이닉스도 최근 감산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감산 규모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고객들의 수요가 기대보다 늘지 않고 있다"며 "D램은 생산 캐파를 줄이고 낸드는 웨이퍼 투입량을 더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핵심 원재료로 웨이퍼 투입을 줄인다는 것은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경쟁사들의 감산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에 몰렸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마저 감산에 합류할 경우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선택을 했다.
◆삼성전자 "인위적 웨이퍼 투입 감소 검토하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31일 진행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웨이퍼 투입 감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생산 라인 운영은 수요 변동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감산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설비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효율화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결정에는 하반기 이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세원 메모리마케팅팀 부사장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재고가 안정화 되고 응용처 전반의 고용량화로 2분기엔 메모리 시장 수요가 증가해 2분기에는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며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수요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고객사들이 가격 저점을 인식하면서 수요가 늘어 판매가 늘었고, 이로 인해 재고가 크게 감소했다. 3분기에는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감산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말 8~9주 수준이던 고객사 재고는 2분기말 6주 수준으로 줄었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에는 정상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낸드플래시는 이르면 3분기, 늦어도 연말에는 수요업체들의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D램의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많이 뒤쳐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업체들은 외생변수들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언제 마무리될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 요인 등이 커다란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조치는 소재에 대한 수출금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허가 절차에 따른 부담과 여러 진행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서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진과 관련 부서가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감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고객들의 수요가 기대보다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