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외국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 9009억원 어치 순매수
디램·낸드플래시메모리 감산 예측에 고정가격 반등 기대감 반영
"센티먼트 약화·재고 물량 부담... 감산으로 인한 실적쇼크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일본발 수출규제에도 불구, 반도체 랠리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 매수세가 주목되는데, 이달 들어 약 9009억원 어치를 사들이는 중이다.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자료=대신증권HTS] |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6353억원, 2656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같은 매수세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오히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수출이 막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디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생산량을 감산할 경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주 디램 현물가격(DDR4 8Gb 기준)은 전주 대비 7.6% 상승했다. 당장 7월 고정가격이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디램 생산차질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순매수 비중이 0.3%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두 차례에 불과하다. 반도체·장비에 대한 스탠스 변화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특히 전주 대비 순매수 강도가 연초 이후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업종 선호도가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금융투자업계는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반도체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는 당초 가이던스와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며 "낸드 수급 개선 여건이 형성되는 가운데 일본 소재 수출 제재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낸드가격 반등 시기는 더 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향후 수출 제재 이슈가 장기화되고 디램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급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이다. 유 연구원은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수출, 혹은 일본의 수출승인이 원활할 수도 있어 당장 8월 이후 실제 공급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다만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일본 정부가 소재 공급을 제한할 경우에도 디램 재고수요 발생이 많아져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가 없진 않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장기화, 그리고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센티먼트(오르는 주식은 팔고 떨어지는 주식은 사는 투자 심리)는 당분간 약화될 것이고 반도체 재고가 많아 가격 반등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공급을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실적 쇼크가 있을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반등 시기라고 보긴 어렵다"며 "다음 달 MSCI 신흥국지수에 중국A주 편입이 예정돼 있어 수급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