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 정식 심판 회부
2005년 5대4로 합헌 결정…12년 만에 다시 심리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진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유해용(53·사법연수원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를 지난 12일 받아들였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달 24일 해당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재에 접수했다.
헌법소원이란 법률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받은 사람이 직접 헌재에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통상 헌재는 개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 1차로 청구 요건이 적법한지를 따져 부적합하면 각하 결정을, 적합하면 헌법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게 된다. 헌재가 유 전 연구관 측의 헌법소원 사건을 심판에 회부한 것은 청구 이유가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유 전 연구관이 문제 삼는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00조(피의자의 출석요구), 제312조 제1항 및 제2항(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이다. 이 중 핵심은 312조로, 여러번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312조에 대해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검찰 피신조서의 특권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만큼 헌재가 이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도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은 핵심이다. 여야 모두 대체로 법정에서 피고인이 검찰 피신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유 전 연구관은 헌법심판을 청구하면서 “한번이라도 검찰 조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조사 내용 전부가 기재되지 않고, 조사 내용 그대로 기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다”며 “경찰 피신조서에 대한 내용 부인과 달리 검찰 피신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 부인은 아무런 부담 없이 주장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피의자신문조서는 일단 진정 성립이 인정되면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정식적으로 헌법소원심판에 회부됐다고 해도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 전 연구관의 재판에는 지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소원심판은 위헌법률심판제청과 달리 본안 심리가 정지되지 않는 데다 여타 사법농단 사건과는 달리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심리가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유 전 연구관 측도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검찰 피신조서에 대해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실질적인 진정성립은 인정하는 취지”라며 동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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