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명품 브랜드 상하이에서 패션쇼 앞다퉈 개최
중국 자본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 투자와 인수로 내수 시장 정조준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중국 패션의 도시 상하이가 연이어 열린 세계 정상급 패션쇼로 들썩였다. 세계 유력 패션 브랜드가 상하이에서 집중적으로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 세계 명품 산업에서 중국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5월 31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가 상하이 바오룽미술관에서 작고한 거장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를 기념하는 2019년 추계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번 달 5일에는 유명 프랑스 패션 브랜드 클로에(Chloé)가 같은 장소에서 2020 춘계 컬렉션을 선보였다. 클로에가 파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프라다(Prada)도 상하이에도 2020 춘하 시즌 남성복 트렌드를 보여주는 패션쇼를 개최했다. 프라다 역시 밀라노 이외 지역에서 남성복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은 상하이가 처음이다.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 유명 브랜드들이 이례적으로 앞다퉈 상하이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은 중국 명품 시장의 잠재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최근 발표한 '중국 명품 보고 2019'에 따르면, 2012~2018년 글로벌 명품 시장의 성장 규모 가운데 절반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2025년 글로벌 명품 시장 성장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늘어날 전망이다.
◆ 세계 명품업계 '중국인'에서 '중국 시장'으로 눈돌려
중국은 명실 상부한 세계 명품 시장의 성장 '엔진'이다. 글로벌 투자사 배인캐피털(Bain Capital)이 발표한 '2018 중국 명품시장 연구' 보고서는 2018년 중국의 명품 매출 규모가 2017년에 뒤이어 기록적인 성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2017년과 2018년 중국 명품 매출 증가율은 모두 20%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인이 국내에서 구매하는 명품 규모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명품숍과 면세점에서 주로 구매하던 명품을 중국 국내에서 사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5년 23%였던 중국 소비자의 국내 명품 소비 비중은 2025년 50%로 상승할 전망이다. 전 세계 명품 업계가 중국 시장 개척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은 놓쳐선 안될 중요한 시장이다. 프랑스의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 총액은 125억38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5.5%가 증가했다. 이중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 매출 증가율은 17%로 전 세계 증가율을 넘어섰다. 또한 전체 매출에서 아태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일본 제외)은 35%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매출 비중은 각각 22%와 17%로 아태지역 보다 훨씬 낮다. 아태지역 매출 증가의 가장 큰 동력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 국내 명품 소비의 증가는 중국 국내 제도 변화와 명품 시장 구조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새로운 전자상거래법을 실시한 후 늘어난 관세 부담에 해외직구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중국 정부가 수입품 관세 인하를 단행하면서 수입 명품의 중국 국내 판매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 것도 중국인의 국내 명품 소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또한 중국인 여행객이 해외에서 소비하는 규모가 줄어들면서 국내 소비 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 중국 자본의 반격, 명품 브랜드 '인수 합병' 급증
중국의 고가 명품 내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세계 유명 브랜드 '쇼핑'에 나선 중국 자본도 중국 명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최근 몇 년 중국 자본에 넘어간 세계 유명 브랜드는 적지 않다. 일례로 섬유산업에서 이름을 알린 중국 루이그룹(如意集團)은 2018년 초 스위스 고급 피혁제품 브랜드발리(Bally)를 인수했다. 포선그룹도 같은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Lanvin)을 인수했다.
루이그룹은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유명한 브랜드를 연이어 인수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으로 루이그룹은 이미 글로벌 20대 패션 명품 그룹에 진입했고, '중국판 LVMH'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국판 LVMH'를 꿈꾸는 중국 기업은 이외에도 다수 있다. 포선그룹도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Caruso), 미국 고급 여성복 브랜드 세인트존(St.John), 독일 패스트패션 브랜드 톰태일러(TomTailor) 지분을 인수했다. 2017년엔 투자금액을 늘려 세인트존과 카루소의 지배 주주가 됐다. 2018년엔 라방과 오스트리아 속옷 브랜드 월포드(Wolford)도 인수했다.
이밖에 치피랑(七匹狼), 거리쓰(歌力思) 등 다수의 중국 기업과 대형 자본이 명품 브랜드 '쇼핑'에 나서면서 전 세계 명품 시장과 중국 국내 시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