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硏 연구..태아 다운증후군 판별
비침습적 산전검사용 표준물질 개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산전(産前) 검사가 중요해지면서 바늘을 임산부의 배에 찌르지 않고 혈액만으로 기형아를 판별하는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가 각광받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태아의 기형 여부를 쉽게 판별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상열)은 NIPT용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전검사의 품질을 향상시켜 태아의 기형 여부 진단에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결과는 분석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KRISS 바이오분석표준센터 연구팀이 개발한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
연구진에 따르면 ‘비침습적 산전검사(Noninvasive Prenatal Test)’란 임신 10주차부터 혈액으로 태아의 기형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를 말한다. 임산부 혈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태아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가 3개)과 같이 특정 염색체 개수에 대한 이상 여부를 판별한다.
KRISS 바이오분석표준센터 연구팀은 독자적인 DNA 정량분석 기술을 활용, 다운증후군에 양성인 혈청표준물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다운증후군 표준물질로는 세계 최초로 혈청 형태로 개발, 실제 임산부 혈액의 DNA 형태와 99% 이상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은 현재 NIPT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보급되어 품질 관리와 정확도 향상을 위한 시료로 시범 사용되고 있다.
산전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최근 임산부의 혈액만으로 태아의 기형 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NIPT가 각광받고 있다. NIPT는 임산부의 혈액 속 5 %에도 미치지 못하는 태아의 DNA를 검사, 특정 염색체 수가 2개인지 3개인지를 판별해내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이처럼 검사기관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이 표준물질이다. 표준물질은 흔히 ‘답안지가 주어진 문제’에 비유된다. 표준물질(문제)과 정확한 측정결과(답안지)를 검사기관에 제공하면 업체는 자사 장비의 교정이나 방법의 정확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표준물질들은 정제된 다운증후군 양성 DNA를 용액에 첨가한 형태로 판매됐다. NIPT의 품질문제는 DNA 정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미 정제된 물질로 검사해서는 완벽하게 검사기관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표준물질을 제조하기 위해 신개념 측정기술을 이용했다. 안정동위원소표지 DNA(SILD·Stable Isotope Labeled DNA)를 활용한 DNA 정량분석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정제되기 전인 혈청 상태로 다운증후군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RISS 권하정 선임연구원은 “이번 표준물질 개발에 활용한 DNA 정량분석 방법은 복잡한 매질에서 DNA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질병의 진단부터 혈액이나 식음료 등 정제되지 않은 다양한 시료의 품질 평가까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RISS 양인철 책임연구원은 “검사기관이 표준물질로 NIPT를 수행하면 21번 염색체가 3개라는 확실한 답이 나와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검사 과정의 오류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이번 표준물질은 NIPT 전 과정의 품질관리에 사용할 수 있어 NIPT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임산부의 추가 검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