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자들간 통신 방해 위해 中정부 개입 했을 가능성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모바일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이 12일(현지시간) 밤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 파벨 듀로프 최고경영자(CEO)가 공격의 배후가 중국 정부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벨 듀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가 12일(현지시간) 디도스 공격 발원지와 관련, 트위터에 올린 글. [사진=트위터] |
텔레그램은 "우리는 현재 강력한 디도스 공격을 받고 있다"며 미주 등 일부 국가 유저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공식 트위터에 공지했다.
디도스란 적게는 수십대 많게는 수백만 대의 PC를 원격 조종해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에 접속시킴으로써 단시간 내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행위다.
미국 디펜스원(Defense One) 매체의 패트릭 터커 에디터는 공지글에 "디도스 공격의 발원지가 어딘 지 설명 가능하냐"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듀로프 CEO는 디도스 공격이 시작된 "대부분의 IP주소가 중국이었다"며 "여지껏 우리가 경험한 모든 디도스(200~400Gb/s의 정크)는 (텔레그램에서 모의한) 홍콩 시위 시점과 일치했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즉, 그의 주장은 중국 해커들이 홍콩 시위자들 간의 통신을 방해하기 위해 디도스 공격을 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점차 잦아지는 개입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자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로 텔레그램과 같이 암호화 된 메신저나, 인터넷 접근성 없이도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파이어챗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이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은 홍콩 애플스토어의 '인기 검색 앱'이기도 하다.
텔레그램을 겨냥한 디도스 공격은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지 나흘째 벌어지는 날 이뤄졌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에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홍콩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일국양제'(一國兩制) 아래 중국 본토와 별개로 특별자치구로서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누려왔다. 시위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치권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한 이래 12일에는 경찰이 고무탄과 물대포, 최루액을 발사하면서 평화로웠던 시위의 성격은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중태에 빠진 사람 2명을 포함해 총 72명이 부상입어 입원한 상태다.
홍콩 입법회는 당초 이날에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 날짜를 추후로 연기했다. 관공서는 일주일간 문을 굳게 닫았으며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은행은 탄력근무제로 전환하는 등 상황은 혼란스럽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