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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화장품 브랜드, 내수시장 침체·포화·경쟁 '3중고'

기사입력 : 2019년05월29일 06:25

최종수정 : 2019년05월29일 11:43

제약사, '코스메슈티컬' 제품 출시로 신규 시장 개척
화장품 업계, '더마코스메틱'으로 기존 시장 수성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절대 고객 수는 주는데 반해 경쟁업체가 많아져서 점점 더 쉽지 않은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단일 브랜드 몇몇 제품으로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힘들어졌어요. 제품 하나를 출시하면 일정 기간 이상 팔려야 하는데 새로운 제품을 찾는 고객과 수많은 업체들간 경쟁이 베스트 셀러 제품 양산 주기를 짧게 하고, 이는 연구·개발비 확대로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해치는 요인으로 이어집니다.”

화장품 업계가 내수 시장 침체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대기업을 비롯해 제약사까지 화장품 출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제품을 구매하는 절대 고객 수도 해마다 줄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 제약사·대기업 화장품 사업 진출 '러시'

동국제약의 마데카크림 [자료=동국제약]

2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의 화장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2015년 코스메슈티컬(코스메틱과 파마슈티컬의 합성어) 브랜드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으로 화장품 사업에 첫 진출했다. 첫해 매출 160억원에서 출시 4년 만에 매출이 340% 급증했다. 마데카 크림이 출시 1년 만에 100만개가 판매되며 2016년 화장품 매출이 4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40억원까지 늘었다.

일동제약은 2017년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FIRST-LAB)’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유산균 발효물을 활용한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시리즈’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마스크의 경우 1300만장 이상 판매했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 세럼'과 ‘레스베라트롤 앰플’ 이외 ‘프로바이오틱 리버스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코스메슈티컬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동구바이오제약은 데이, 나이트로 구분해 낮에는 피부 보호, 밤에는 피부 재생을 골자로 제품 라인을 구성했다. 2가지 라인, 14가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과 처방 1위 제약사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중국을 비롯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해외 쪽으로 발을 넓혀갈 계획이다. 또 올해는 헤어와 핸드제품을 신규 출시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비디비치’ 브랜드로 화장품 부문에서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이미 패션부문 국내 영업이익(257억원)을 뛰어넘었다. ‘연작’과 ‘아워글래스’ 등 브랜드 성장세도 가파르다. LF도 지난해 남성화장품을 론칭했으며 내년'에는 여성 화장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이랜드 브랜드인 스파오도 짱구 콜라보레이션으로 화장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 코스메슈티컬, 포트폴리오 다각화·단기 성과 측면 '매력적'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약 43조원으로 추정된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전체 시장 대비 25% 정도 높다. 국내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체들과 화장품 업체들이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화장품의 기능과 성분이 중요한 구매 요소로 떠오르면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 제약사들이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약품 대비 투자 기간이 짧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바이오 투자는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반해 화장품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어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는 의약품을 만드는 곳이어서 고객들의 신뢰가 두터운 편"이라며 "제약사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믿고 사는 고객들이 상당해 매출 확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패션)이 이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다. 이미 불황을 겪어오던 패션업계의 경우 패션만을 통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파악하고 신규 먹거리 창출의 일환으로 화장품 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 토종 화장품 브랜드 '더마코스메틱'으로 기존 시장 지켜

에스트라 365 [자료=아모레퍼시픽]

경쟁업체들이 늘어나자 토종 화장품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화장품 회사들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합친 '더마코스메틱'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코스메슈티컬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용어를 달리해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또 일부에선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해 코스메슈티컬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제약기반의 더마코스메틱을 연구, 생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지난 2014년 매각한 태평양제약의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에스트라 365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로 론칭했다. 에스트라는 의약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피부장벽의 기능이 무너진 민감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가 주요 타깃이다.

LG생활건강은 CNP(CNP Rx), 케어존, 더마리프트 등 3개의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외 2017년 12월 태극제약을 인수해 태극제약의 기술력을 활용,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인 TG 도미나스 크림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고객 니즈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단일 화장품, 단일 브랜드만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내수가 침체된데다 업체 수가 많고 구매 인구가 급감하는 등 화장품업계가 다방면에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지만 기술력 등 나름의 타계책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jun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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